‘은비령’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 등 서정적인 작품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이순원(62·사진)이 신작 장편 ‘오목눈이의 사랑’(해냄)을 냈다. 이 작가는 최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뻐꾸기는 탁란(托卵)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1만4000㎞를 날아온다. 이번 작품은 뻐꾸기 알을 대신 부화시킨 오목눈이가 그 새끼를 찾아 아프리카로 날아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몇 년 전 강원도 강릉 조부의 산소에서 뻐꾸기 소리를 들은 그는 그때부터 이 소설을 준비했다. 이 작가는 “뻐꾸기가 아프리카에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자기를 키운 오목눈이를 기억해서”라며 “뻐꾸기를 키우다 힘들어 죽는 오목눈이도 있다. 뻐꾸기와 오목눈이 간에도 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남의 둥지에서 태어나는 뻐꾸기, 남의 새끼를 기르는 오목눈이의 얘기다.
주인공인 오목눈이 ‘육분이’는 자기 둥지에 놓여 있는 유난히 큰 알이 제 것인지 의심하면서도 큰 알을 낳았다는 자부심으로 새끼를 키운다. 육분이는 뻐꾸기 새끼 ‘앵두’를 키워내지만 앵두는 아프리카로 훌쩍 떠난다. 육분이는 그리움에 사무쳐 앵두를 찾기 위해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
이 작가는 대관령 아래 산골에서 자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꽃, 나무, 새들 속에서 자랐다. 그것이 이 작품을 쓰게 된 힘이 됐다. 지난해 몸이 많이 아팠지만 작품을 쓰는 동안 기쁘고 신이 났다”고 했다. 소설엔 이런 대목이 있다. “어떤 목숨붙이도 자기가 태어날 자리를 자기가 결정할 수 없다네.” 이 작품은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존재와 운명에 대한 우화다.
그는 “새나 사람이나 한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목한 것은 그 안에 깃들어져 있는 자연의 지극한 모성”이라 강조했다.
모든 생명의 어머니에게 바쳐질 이야기다. ‘오목눈이의 사랑’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