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 합쳐 손익 ‘0’일 땐 세금도 ‘0’… 상품 간 칸막이 없앤다

입력 2019-03-05 19:14

앞으로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을 통산(통틀어 계산)하고, ‘손실이월공제’ 제도를 도입하는 등 투자자의 전체 수익금에 대해 통합 과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상품별로 부과되는 현행 자본시장 과세체계를 인(人)별 기준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자본시장특위)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과세 선진화 방안을 5일 발표했다.

우선 금융상품별로 제각각인 과세체계를 손본다. 금융상품 전반에 동일한 과세원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금융상품 간 손익통산을 허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금융상품별로 세워진 칸막이 때문에 손익통산이 되지 않는다. 펀드와 파생결합증권의 경우 같은 금융상품 내에서도 손익통산을 적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예컨대 투자자가 주식에서 2000만원의 손해를 보고, 펀드에서 2000만원의 이익을 봤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규정대로라면 투자자가 손에 쥔 이득이 0원인데도 펀드에서 본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이 경우 총 손익이 0원으로 과세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자본시장특위는 손실이월공제도 최소 3년은 허용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실이월공제는 올해 본 손실을 이월해 미래 과세 기준에 반영해주는 제도다. 현재는 금융상품 손실에 대해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지난해 손해를 본 투자자가 올해 이에 미치지 않는 이익을 냈다면 여기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위험자산에 대한 장기투자가 확대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계속돼 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도 2017년 낸 관련 보고서에서 “이월공제에 대한 제약이 많아질수록 투자자의 위험자산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에는 이미 이런 제도가 도입돼 있다. 미국은 손실이월공제를 무기한 허용한다. 손실을 만회할 때까지 기한 없이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장기투자를 유도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일본도 주식과 채권, 펀드의 포괄적인 손익통산을 허용하고 3년까지 손실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자본시장특위는 증권거래세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과 일본, 독일은 이미 거래세를 폐지했고 중국과 대만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거래세율도 국내(0.3%)보다 낮다. 이밖에도 펀드 과세체계를 정비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세제 대표상품을 적극 육성하는 방안 등이 이번 안에 담겼다.

자본시장특위는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과세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은 “(현재 방식은) 공정과세에 맞지 않는다”며 “유동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다가 부동산으로 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개선안에는 기획재정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기재부와 협의해 4월까지 법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주언 신재희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