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농식품부·농민단체 ‘예산 3몽’… 공익형 직불제 좌초 위기

입력 2019-03-06 04:04

문재인정부가 국정운영 100대 과제 가운데 하나로 추진 중이던 ‘공익형 직불금 제도’(공익형 직불제)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공익형 직불제는 농가 소득을 전반적으로 올리면서 친환경 농업을 진작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제도다. 기존 직불제가 쌀에만 집중적으로 혜택을 준다는 비판에 올해 개정을 목표로 했지만 ‘예산’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부는 예산을 최소화하려 하는데, 이해 당사자인 농민단체들은 “예산이 적다면 차라리 기존 제도를 유지하자”며 대치하고 있다. 자칫 최저임금에 이은 두 번째 국정과제 무산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2020년부터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틀은 정해졌다. 기존 쌀 직불금과 밭 직불금 등으로 분산돼 있는 직불금을 하나로 통합해 지급하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 쌀 직불금 예산 편중 현상을 바로잡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직불금 예산(2조827억3800만원) 가운데 90.7%(1조8889억원)는 논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돌아갔다.

앞으로는 작물과 상관없이 면적 대비로 주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소규모 농가에 혜택을 더 주기로 방향을 잡았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당 직불금 지급 기준액을 대농과 소농을 구분해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 미만의 쌀 농가는 전체 농가의 72%를 차지하지만 가져간 직불금은 전체 금액의 29%에 불과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조8000억원 규모로 공익형 직불제 예산 초안을 잡았다. 제도 설계만 잘해도 충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반면 농식품부는 2조4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예산을 충분히 잡아 직불제를 바꾸지 않으면 쌀 과잉 공급이 지속되고 그에 따른 재고 처리 비용이 더 든다는 설명이다.

농민단체들은 한발 더 나가 최소 3조~3조2000억원 이상은 돼야 공익형 직불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농민단체에서는 예산 배정이 힘들다면 차라리 기존 제도를 유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내년 시행이란 목표는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소한 월 10만원씩은 공익형 직불금을 지급해 다수의 소농을 위한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3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