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서서학동 주민자치회관 2층에 마련된 ‘석봉이의 청춘학당’(사진)은 어르신들이 만학(晩學)의 꿈을 꾸는 터전이다. 학당이 문은 연 것은 2017년 9월. 40여명의 할머니들이 입학해 연필 잡는 방법부터 익힌 뒤 ‘ㄱ’ ‘ㄴ’ ‘ㄷ’을 따라 읽으며 공책에 적었다. 삐뚤빼뚤한 옆 사람의 글씨를 보며 서로 웃고 다독이며 넉 달여를 지나자 어느새 자신의 이름을 쓰고 버스 안내판을 읽으며 ‘까막눈’이 풀렸다.
이듬해에는 신입생 20여명과 2학년이 된 20여명이 참여했다. 한 할머니는 5일 “처음엔 나처럼 글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망설였다”며 “이제는 어린 손자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전날 열렸던 제3기 입학식에는 새로운 할머니 30여명이 참석했다. 아쉽게도 3년 새 할아버지는 1명도 없었다. 백발의 여학생들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2시간씩 한글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교육은 9개월간 진행되는데 노래가사 읽기와 건강교실 등도 이어진다. 10명의 자원봉사자가 도우미로 나선다.
학당은 전주연탄은행이 후원하고 있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9월엔 당일치기지만 무주와 장수로 수학여행도 간다”며 “어르신들의 밝은 모습을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의석 서서학동장은 “어려웠던 시절에 제대로 배우지 못해 안타까움을 갖고 있는 어르신들이 학당에서 함께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