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엽 “노래로 하나님께 감사 뜻 전하고 싶었죠”

입력 2019-03-05 19:56
CCM ‘날 지켜온’을 발표한 가수 정엽. 그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사라졌다. 주님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롱플레이뮤직 제공

가수 정엽(본명 안정엽·42)이 CCM 발표를 결심한 건 지난해 초였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노래를 통해 하나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

정엽의 이런 생각이 진하게 묻어나는 노래는 그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날 지켜온’이다. 피아노 선율 위에 정엽의 목소리가 포개지는데 1절엔 하나님의 시선이, 2절에는 정엽의 고백이 담겨 있다.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내가 너의 하나님이라/ 거친 파도 너를 덮쳐도/ 내가 너와 함께 하리라/…/항상 주님이 날 지켜왔던/ 이제서야 보이네요/ 나를 향한 그 손길을….”

최근 정엽을 만난 곳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 있는 한 카페였다. 인터뷰에서 그는 신곡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정엽은 “원래부터 내가 크리스천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전혀 아니다”며 9년 전 이야기부터 꺼냈다.

“당시 같이 살고 있던 동생 손에 이끌려 서울 광진구에 있는 작은 교회에 나갔어요. 교회에 간 건 처음이었죠. 물론 교회에 출석하면서 바로 하나님의 존재를 실감했던 건 아니에요. 목사님 설교가 좋아서, 목사님이 인생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때의 신앙생활은 2년 만에 끝이 났다. 그토록 존경했던 목사님이 구강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정엽은 기독교에 심한 회의를 느꼈다. 하나님이 계신다면 이제 막 부흥하고 있던 교회를 그렇게 야멸차게 버릴 순 없다고, 목사님을 먼저 데려갈 리 없다고 여겼다.

목사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교회에 등을 돌린” 시간이 길게 이어졌다. 정엽이 다시 하나님을 만난 건 2년 전. 그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긴 힘들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그가 찾아간 곳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개척교회인 꿈꾸는교회였다.

“교회 담임목사님인 고형욱 목사님 말씀을 들으면서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걸 실감하게 됐어요. 교회 공동체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죠. 과거엔 ‘하나님만 믿으면 됐지 교회에 굳이 나갈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꿈꾸는교회에 출석하면서 교회는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고, 교제의 중요성도 절감하게 됐어요.”

정엽은 신곡 ‘날 지켜온’의 노랫말도 고 목사와 함께 썼다. 두 사람은 개인적인 간증이면서 ‘모두의 고백’일 수도 있는 노래를 만들기로 했다. 정엽은 “그동안 많은 노래를 발표했지만 ‘날 지켜온’은 정말 각별한 곡이다. 작업하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2003년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한 정엽은 미성과 가성을 오가는 달콤한 음색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정엽처럼 인기 있는 가수가 CCM을 발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에 만연한 반(反)기독교 정서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정엽이 발표한 신곡은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하나님의 존재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노래다. 그는 “지인들이 ‘이런 노래를 발표해도 괜찮겠냐’며 걱정했다”고 전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교회 이야기를 꺼내면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고, 교회 나오라는 말도 누군가에겐 ‘폭력’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전도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노래야말로 제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이니까요.”

팬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음원 사이트 댓글창만 봐도 그의 신곡에 감동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엽은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내 노래를 듣고 위로받는 기분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그것이 하나님을 알아가는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