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를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가 3가지 있다. 첫째는 오직 불신자만 전도해 성도로 받겠다는 것이었다. 착각이었다. 새신자로 성도 수가 늘긴 했지만 모두 갓난아이 같았다.
1990년대 초 악성 위장병으로 고생을 하던 젊은 여인이 전도를 통해 교회에 왔다. 문구점을 운영했는데, 미신에 사로잡혀 2~3일이 멀다고 점짐을 찾아다녔다. 집중적인 기도 끝에 병이 깨끗하게 나았다. 그날로 부적 염주 신줏단지 등을 모두 치웠다. 얼마나 좋아하던지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나타났다. 감사가 없었다. “성도님, 하나님께서 치료해주셨는데 앞으로 감사하며 더욱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아이고, 목사님. 알겠다니까요.”
대심방 때 그녀가 운영하는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 갔다. 그런데 50m 앞까지 달려 나와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와 옵니꺼. 가이소. 가란 말입니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래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예수 안에서 축복을 누리시도록 심방 왔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요구는 진심이었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이소. 가란 말입니더.” 당황스러웠다. “원래 전 교인이 이렇게 1년에 한두 번 심방을 받습니다. 성도들에겐 축복의 시간이죠” 간곡한 설득에도 막무가내였다. 지나가는 초등학생들과 주변 상점 주인들은 싸움구경이 난 것처럼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내 등을 떠밀면서 고함을 쳐댔다. “이젠 그만 가이소.”
교회로 돌아오는 데 괴로웠다. ‘주님,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겁니까.’ 그때 문득 부모님이 해주셨던 옛이야기가 떠올랐다. 강원도 깊은 산골 외딴 오두막집에 나그네가 찾아갔다.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했는데 주인 부부와 자녀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알고 보니 부부는 청각장애인이었다. 자녀는 정상이었지만 언어교육을 받지 못해 말하는 법을 몰랐다. 그 나그네가 오랫동안 그 집에 머물면서 말을 가르쳐 정상인이 되도록 도왔다는 이야기였다.
‘그래, 신앙교육도 더불어 살면서 받아야 한다. 새신자도 목회자 혼자의 열성과 교육만으론 불가능하다.’ 그날로 나는 의로운 목회를 하려 했던 어리석음을 내려놨다. 그리고 목회 활동을 잘 보필하며 새신자에게 신앙 모범을 보여줄 충성스러운 성도를 보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님께선 얼마 후 주일성수 새벽기도 구역예배 십일조생활 교회봉사 등에서 모범을 보여준 좋은 성도들을 여러 명 보내주셨다.
두 번째 시행착오는 나의 의로움 때문에 방황하는 성도들이 교회에서 멀어진다는 것이었다. 노방 축호전도를 하다 보면 교회 낙심자 중 병고침의 역사가 많았다. 그들은 우리교회에 나오고 싶어했다. 교회 분쟁에 염증을 느끼고 부부가 찾아와 우리교회에 출석하겠다고 했다. “절대 안 됩니다. 원래 다니던 교회로 가십시오.”
그러나 훗날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거절당한 성도들은 대부분 이단에 빠지거나 완전히 신앙을 버린 사례가 많았다. 결국 의로운 목회를 한다는 나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상처받고 헤매는 불쌍한 영혼이 구원의 길에서 멀어졌다. ‘아, 주님께선 너무도 마음 아파하시며 그들의 영혼을 치료해주라고 보내신 것이었구나.’ 그때부터 타 교회에서 상처받고 낙심한 성도, 교회 출석을 중단한 성도들을 돌보기로 했다.
세 번째 시행착오는 임직자들의 봉헌예물을 일절 금지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근사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직분자들이 임직을 받은 후에도 직분의 소중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심지어 집과 교회가 멀다고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은 반복됐다.
‘주님,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까.’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오랜 기간 무릎을 꿇고 주님의 도우심을 구했다. 주님께선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는 마태복음 6장 21절 말씀으로 의로운 목회를 하려던 나의 교만을 깨뜨리셨다.
“임직 때 주님께 여러분의 정성을 다하십시오. 그리고 충성하십시오.” 그렇게 하니 성도들이 최선을 다해 주님께 헌신하려는 자세를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도서 7장 16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도 말며 지나치게 지혜자도 되지 말라.”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