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의 마약 유통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클럽 관계자와 이용자 등 10여명을 입건했다. 클럽 측이 경찰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계자를 잇따라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약 유통과 관련해 클럽 직원 1명을 구속하고 10여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며 “입건된 10여명 중 클럽 관계자가 6~7명이고 나머지 3~4명은 손님”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1주일 동안 관계자 20여명을 상대로 클럽에서 유통된 마약의 구입 과정과 마약이 조직적으로 유통됐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서울청 광역수사대는 미성년자가 이 클럽에 출입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버닝썬 측이 관할인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를 위해 전직 경찰관이자 모 화장품 업체 임원인 강모씨의 부하 직원 이모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이씨를 긴급체포 했다가 석방했고, 강씨는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씨는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 외에 또 다른 이모 대표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 이를 6개 계좌에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계좌들은 경찰관의 차명계좌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광수대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이씨는 “(경찰에 전달할 목적으로) 돈을 직접 받은 사실이 없다”며 “강씨에게 돈을 받았다고 나와 있는 계좌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것이고 경찰에게 간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선 1차 조사에서 “(강씨로부터) 지시를 받고 경찰관 2명에게 23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지만 이를 번복한 것이다.
버닝썬 폭행 사건에 연루돼 경찰과의 유착, 마약 의혹 등을 제기했던 고소인 김상교(28)씨와 이문호 대표도 이날 광수대에 출석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 대표는 “버닝썬 내 마약 투약 사실을 알고 있었냐” “(본인의)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버닝썬과 경찰 간 뇌물공여 혐의를 확인하고 있다.
광수대는 버닝썬 경영에 관여했고 현재 마약 투약과 성 접대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승리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성 접대 의혹을 밝힐 카카오톡 메신저 원본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2015년 12월 승리의 성 접대 시도가 담긴 카톡 내용 일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신고를 통해 증거물을 받은 권익위는 내부 논의를 거쳐 카톡 내용을 경찰에 제공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