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수출마저 뚝뚝뚝… 무역금융 235조 푼다

입력 2019-03-04 19:29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무역금융 지원 확대 등을 포함한 수출활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뉴시스

정부가 석 달째 내리막을 걷는 수출 전선에 숨통을 틔우겠다고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235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으로 윤활유를 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래차 등 새로운 먹거리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처럼 향후 수출 증대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수출 전선을 다변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외부 요인에 휘둘리기 쉬운 특정 산업·국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수출 체질 개선이라는 목표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대책의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금융 지원과 수출시장 다변화, 유망 신산업 수출 확대 등의 정책은 과거에도 수차례 반복했던 대책이다.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단기와 중장기 대책을 아우르는 ‘수출 활력 제고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수출 전선에 이상 징후가 생기자 곧바로 수습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번 대책은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인 반도체 부진과 글로벌 경기 둔화를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 두 문제는 경기·대외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국이 독자적으로 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상황 개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여건 조성과 새로운 주력 수출 품목을 발굴하는 데 목표를 두기로 했다.


우선 수출 기업의 ‘버티기’를 위해 자금난을 해소해주기로 했다. 6개 금융기관(수출입은행, 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모두 235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한다. 계약부터 결제까지 수출 전 주기에 걸쳐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26조2500억원을 수출 관련 시설·운전자금 등에 대한 대출과 보증에 투입하기로 했다. 일시적 신용도 악화로 자금난을 겪는 유망 수출 기업에는 수출계약서만으로 제작 자금을 지원하는 1000억원 규모의 특별보증 제도도 신설된다. 수출 기업들의 수출채권 및 매출채권의 조기 현금화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조기 현금화 보증도 시행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양날의 검’인 반도체·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0.9%다. 중국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6.8%로 높다. 쏠림 현상은 좋을 때는 좋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타격도 크다. 반도체 단가가 20% 이상 떨어지고 중국 경제성장률이 28년 만에 처음으로 6%대로 떨어지자 수출은 직격타를 맞았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는 연구·개발(R&D)과 미래 먹거리 발굴, 수출시장 다변화를 꼽았다. R&D는 잘 팔릴 제품에 ‘올인’한다. 2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미래차인 전기·수소·자율주행차 개발에 쏟는 식이다. 신산업 육성은 13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3위인 가전제품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지난해 수출액(72억2000만 달러)을 참고해 연간 수출액이 70억 달러 이상인 제품군에 맞춤형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농수산물 등이 대상으로 꼽힌다.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기는 했지만 수출 증대로 곧바로 연결된다는 기대는 적다. 사상 최초 19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했던 2015년 1월~2016년 7월에도 엇비슷한 ‘백화점식 대책’이 쏟아졌다. 당시 수출 대책만 6차례나 발표됐고 17가지 세부 방안이 나왔다. 금융 지원과 수출 품목 고도화, 수출시장 다변화처럼 이번 대책과 닮은꼴 대책이 포함됐지만 수출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걸렸다. 그나마 내부 요인이라기보다 글로벌 경기 같은 외부 요인이 더욱 주효했다.

세종=신준섭 전슬기 전성필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