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카드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 ‘계약 해지’ 초강수

입력 2019-03-05 04:02

신용카드업계와 자동차업계가 ‘카드 수수료율’ 인상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카드업계의 수수료 인상 요구에 자동차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강경책까지 등장했다. 이동통신업계와 일부 대형마트·백화점 등도 수수료율 인상에 반대 기류를 내비치면서 카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는 4일 “신한·KB국민·삼성·하나·롯데카드 등 5개 카드사와 오는 10일부로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지난 1일부터 현대차의 카드 수수료율을 1.8%대에서 1.9% 중반대로 높였다. 한국GM과 쌍용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도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받았다.

현대차 측은 “일부 카드사들이 납득할 만한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높이겠다고 통보해 왔다”며 “인상 근거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지만 카드사들은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고 말했다. 다만 5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인상을 보류하고 현대차와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형 가맹점에 대한 카드업계의 수수료율 인상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카드수수료 종합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연매출 30억원 미만인 우대 가맹점과 연매출 500억원 이하 일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0.22~0.46% 포인트씩 낮췄다. 이로 인한 연간 카드 수수료 절감액은 약 8000억원에 달한다. 금융 당국은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손실을 연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인상해 보전하라고 카드업계에 설명했다. 그동안 할인·포인트 적립 등 마케팅 혜택을 독차지했던 대형 가맹점이 제대로 된 수수료율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 가맹점들이 ‘결사 항전’에 나서면서 수수료율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 현대차 측은 “지난해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이 1.4%인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율 인상은 고스란히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쟁은 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의 대리전”이라며 “현대차의 수수료율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카드업계도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정부의 카드 수수료율 개편으로 실적 급감이 불가피한 데다 카카오페이 등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며 결제 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마저 올리지 못한다면 진퇴양난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와 대형 가맹점이 ‘치킨 게임’을 벌인다면 카드 결제 불가 등 극단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대형 업체들의 수익 싸움에 애꿎은 카드 소비자만 불편을 겪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양측이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 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있는지 살펴보면서 수수료율 책정 결과를 사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