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시진핑 리더십, 전인대 시험대 오른다

입력 2019-03-04 19:16
사진=신화뉴시스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경제위기와 미·중 무역전쟁, 외교적 고립 등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각종 정책 실패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이런 책임론을 의식해 관리들의 무능력을 질타하고, 내부 비판을 억누르기 위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해 관리들에게 경제부진에 대한 책임 추궁을 하고 절대적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말 중국 전역의 고위관리들을 긴급 소집한 세미나에서 관리들의 정신적인 태만과 무능력을 질타하고 “경제리스크가 계속되면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공산당 위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단결과 조화로운 행동’을 강조하는 공산당 지령을 무더기로 하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 주석이 관료사회를 다잡고 나선 것은 각종 국내외 정책 실패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의 빌미를 제공했고, 경제성장 둔화 및 서방과의 관계 악화를 초래했다는 비판과 함께 내부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시 주석이 자신의 책임론을 잠재우기 위해 관리들의 이견이나 불만을 억누르려 하면서 정책 혼란과 관가의 불신이 싹트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원은 “시 주석이 경제부진, 관리들의 저항과 싸우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의 경제적 난국은 시 주석의 공세적인 정책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시 주석은 집권하자마자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활’이란 중국몽을 기치로 내걸고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했다. 서방에선 ‘중국 위협론’이 다시 제기됐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절대권력 확보와 장기집권 토대를 마련하고, 세계 최강 군대 건설이란 강군몽을 역설하며 미국 등 서방을 자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2년간 기업과 지방정부 부채의 증가를 막기 위해 금융 리스크 억제 정책을 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시점에 대출을 옥죄자 많은 중국 기업이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고, 미·중 무역전쟁까지 불거져 파장이 확산됐다.

시 주석의 권위는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전인대는 성, 자치구, 직할시, 특별행정구, 인민해방군에서 선출된 대표 등 3000여명이 운집하는 형식상 최고권력기구다.

윌리 워 랍람 홍콩 중문대 교수는 “시 주석이 중국의 경기둔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도전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당내 비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15일까지 이어지는 전인대 비공개회의 기간 중 최고지도부가 ‘의구심과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시 주석이 지난해 권력 장악에 성공한 만큼 모든 불만과 실정의 책임은 그에게 쏟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정치의 특성상 시 주석의 권위에 흠집을 내는 비판 제기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WSJ는 미·중 무역협상이 최종단계에 이르렀으며, 오는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공식합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중국 측이 미국산 농산물, 화학제품,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및 제한 제안을 해오면서 협상이 최종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