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지만 절망하긴 이르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 통일로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만큼 장기적 비전을 갖고 통일 교육을 실시하는 등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유영식 장로회신학대 북한·통일학 교수는 4일 서울 광진구 광장로 연구실에서 “통일 교육이야말로 남북이 화학적으로 융합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올해부터 장신대에서 기독교적 통일 방안을 강의하고 있다. 군목 출신인 그는 지난해 2월 경남대에서 북한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학대에서 북한학을 전공한 교수를 임용한 사례는 흔치 않다. 통일 교육의 중요성을 장신대가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 교수는 “남북이 통일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물리적 통일’일 뿐”이라며 “화학적 통일을 위해선 전쟁세대들부터 통일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통일 교육이란 통일의 비전을 심어주는 것과 함께 ‘회복적 정의’를 교육해 화해를 돕는 것”이라면서 “서로 총을 겨눈 세대들이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노력 없이 통일을 맞이하면 더 큰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교회의 역할도 언급했다. 그는 “교회가 한반도 평화, 나아가 통일에 대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정권이 바뀌고 정세가 변하더라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야 하며 반드시 통일이 이뤄진다는 꿈을 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교수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1969년 시작했던 ‘작은 발걸음 정책’을 예로 들었다. 동독과의 접점을 조금씩 확대하자는 취지의 이 정책은 훗날 정권이 바뀐 뒤에도 꾸준히 이어지며 독일통일의 가교가 됐다.
유 교수는 “한국교회가 북한과의 접점을 조금씩, 꾸준히 늘려 간다면 분명 통일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면서 “교회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교회가 대북제재 예외조치를 활용해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북한이 우리나라 교회에 가진 의존성을 확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변치 않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신뢰가 오랜 세월 갈등을 빚어 온 남북이 평화의 미래를 그려 나가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교회의 변화를 위해선 신학대에서의 통일 교육이 출발점이라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신학생들이 우선 교회가 지향해야 할 통일의 미래에 대해 큰 비전을 품어야 한다”면서 “통일 교육을 제대로 받은 목회자들이 교인들에게 통일의 꿈을 심어줄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