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 vs 1533’ 교육부·한유총, ‘유치원 치킨게임’ 누구 말이 맞나

입력 2019-03-03 19:01 수정 2019-03-04 00:03
유치원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3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 앞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개학 연기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조사에서 용인 지역은 유치원 75곳 중 40곳 가까이가 개학 연기 입장으로 나타나 4일 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인=최현규 기자

개학 시즌 초유의 ‘유치원 대란’이 시작됐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벼랑 끝 전술이 원인을 제공했고 교육 당국의 강경 대응이 불을 지폈다. 정부는 수차례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한유총은 개학 연기 강행은 물론 폐원 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유치원들은 돌봄 서비스 수요 파악을 위한 교육부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돌봄 시스템 수요 파악조차 실패해 3월 유아교육 시스템은 먹통으로 시작하게 됐다.

한유총은 3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속 비열하게 불법적으로 우리를 탄압하면 준법 투쟁을 넘어 폐원 투쟁으로 나아갈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총은 “교육부 장관은 물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며 교육공안정국을 조성한 것에 대해 매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교육부 장관의 직무유기, 직권남용, 협박 등에 대해 고발 여부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 당국도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서울·경기·인천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과) 어떤 협상도, 협조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유총이 4일까지도 불법 휴업을 강행하고 폐원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을 지속하면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4일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조를 받아 모든 사립유치원을 현장 방문해 개학 연기 여부를 조사하고 다음 날인 5일에도 개학하지 않는 유치원은 고발할 예정이다. 위기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일부 지역 교육지원청은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돌봄 대란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개학 연기 유치원 명단과 수는 이날까지 ‘깜깜이’로 남았다. 교육부는 이날 낮 12시 기준 유치원 381곳이 개학을 연기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이를 훨씬 웃돌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일 유치원 3곳만 개학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29곳으로 정정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첫 발표 후 학부모 등에게서 제보가 들어와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숫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유총은 1533곳이 개학 연기 투쟁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개학 연기 유치원이 많은 지역 중에는 긴급돌봄 서비스 신청에서 외벌이 가정을 후순위로 받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돌봄을 신청했더니 왕복 2시간 거리 유치원으로 배정한다고 했다” “키즈카페 사장님한테 사정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한 교육지원청은 홈페이지에 임시돌봄 유치원 배치표를 공개하면서 현 유치원에서 최대 15㎞ 떨어진 곳으로 배정했다. 이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개별 요청을 하면 더 가까운 곳에 배정할 수 있지만 차량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의 학부모 손모(32)씨는 “지난 1일 개학 연기를 통보받았는데 교육청 명단에는 없더라”며 “그 명단에 자기 유치원이 없다고 안심하는 학부모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이재연 구승은 박재현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