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매우 나쁨’… 미세먼지에 숨 막히는 한반도

입력 2019-03-04 04:01 수정 2019-03-04 17:19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3일 휴일임에도 나들이객의 발길이 평소보다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권현구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마스크와 스카프로 코와 입을 막고 있는 모습. 뉴시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한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고시촌 인근에서 전모(73) 할머니는 학원 광고판을 든 채 행인들을 맞고 있었다. 미세먼지 탓에 할머니는 목감기에 걸렸다. 할머니는 “찬바람 맞는데 미세먼지까지 심하니 감기가 낫질 않는다”고 말했다. 얼굴에는 다른 사람들이 쓴 미세먼지 마스크가 아닌 600원 남짓한 파란색 방한 마스크를 썼다. 더 좋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싶었지만 비싸서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매번 같은 마스크를 쓰고 일하러 나왔는지 끝부분이 닳아 까매져 있었다.

의류청정기 대여 일을 하는 자영업자 정모(54)씨는 요즘 미세먼지 덕분에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원래 정수기가 주 거래물품이지만 최근에는 의류청정기 거래량이 폭등세다. 제품 판매 반년 만에 업체 생산량이 3배로 뛴 것도 그래서다. 정씨는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수요가 늘었다”면서 “최근에는 할당되는 물품 양보다 주문이 더 많이 들어와 늘 예약자가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가실 줄 모르면서 한반도에 ‘맑고 답답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 산하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3일 오후 4시 기준 전국에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값이 ‘나쁨’ 기준 81㎍/㎥에 못 미친 곳은 부산과 대구, 울산, 경남, 제주도뿐이었다. 주중에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진다. 기상예보 업체 케이웨더는 4일 초미세먼지가 광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매우 나쁨’(151㎍/㎥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예보했다. 특히 이날 오전에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예외없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겠다. 5일에도 전국 모든 지역이 ‘매우 나쁨’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3일까지는 국내에 대기가 멈춰 바람이 불지 않은 탓에 일부 지역에 미세먼지가 쌓였지만 이후에는 외부 유입분까지 더해져 농도가 더 진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평년에 비해 유의미할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상황은 아니지만 미세먼지를 향한 국민적 관심이 워낙 높아 체감도도 함께 올라가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4일 서울, 인천, 경기도, 대전, 세종, 충남, 충북, 광주, 전남에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 나흘 연속 수도권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예보가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5일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다고 예보된 만큼 추가적으로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각급 학교 개학 시기를 맞아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달에는 각 시·도 교육청과 협력해 전국적으로 현장점검과 함께 교육 홍보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김승현 정진영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