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아보면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신앙이 있었기에 2540년 만에 잃어버렸던 땅과 나라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찬란한 광복은 민족자결과 세계평화를 위한 3·1운동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처럼 ‘생명을 걸면서까지 붙들어야 할 정신을 지니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신자들이 끝까지 붙들어야 할 신앙의 정신은 무엇일까요. 바로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끝까지 신뢰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아브라함을 통해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본문은 ‘이후에’란 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조카 룻을 구출하기 위해 벌였던 기습 전쟁을 대승리로 이끈 이후를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승리 이후에 하나님이 환상 중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아브라함이 뭔가 모를 공포와 두려움에 빠져있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아브라함은 메소포타미아 연합군이 자신에게 복수하면 어떻게 할까, 복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이때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그의 따뜻한 품에 안으시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십니다. 하나님은 그의 가장 절실한 필요가 무엇인지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정확한 상황 인식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내면의 평안함이 필요했던 아브라함에게 가장 필요한 말씀을 남기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나는 너의 방패이자 상급’이라는 전쟁 용어를 사용하시며 전리품들을 모두 다른 이에게 넘겨주어 아쉬움과 허전함 가운데 있는 아브라함에게 너는 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우리에게 맞춤형 은혜를 주시려고 우리 삶의 현장으로 방패와 상급으로 찾아와 주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삶의 정황에 딱 맞는, 하나님의 위로 말씀을 들은 아브라함의 반응이 좀 이상해 보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 즉 자식이 없는 것에 대해 고뇌하며 한탄합니다. 당시 고대 근동의 정서에서 자식이 없는 것은 가장 큰 비극이자 수치였고, 무엇보다 신들의 저주를 받은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랬기에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큰 상급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그 모든 상급이 자식이 없으면 내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한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 아브라함의 원망 섞인 탄식을 들으신 하나님께서는 강물처럼 흐르는 수많은 별을 보여주십니다. 하나님은 수많은 별을 통해 창조주 하나님의 크고 위대하심을 보여주시며 아브라함 자신의 지극히 작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온 천지 만물을 당신의 계획과 목적대로 창조하시고 지금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운행해 가시듯이 하나님께서 빚으신 아브라함의 인생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끌어 가실 것임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비록 아브라함이 생각했던 시간표 안에서는 하나님의 약속이 더디고 늦춰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창조주 하나님의 시간표 안에서는 반드시 이뤄질 것을 믿으라고 하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시청각 교육을 통해 아브라함은 내면에 변화가 생깁니다. 하나님의 시간표를 믿는, 하나님의 창조 신앙에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우리 하나님은 맞춤형 은혜로 찾아오시는 하나님이시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를 이끌어 가시는 창조주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확고히 믿으며 하나님의 시간표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온전히 감당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믿음과 믿음의 선한 행실이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고 인정함을 받을 수 있는 거룩한 주의 제자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김근영 목사(수원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