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저작권 침해 게시물, 구체적으로 특정해 삭제 요청해야”

입력 2019-03-03 19:24

포털사이트에서 동영상이 무단 유포됐더라도 피해자가 해당 동영상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으면 포털 측에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손모씨가 카카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손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한국당구아카데미에서 제작한 유료 동영상 강의가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등에 무단 업로드돼 유포되자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인 카카오(당시 다음)가 저작권 침해를 방지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15억53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손씨가 동영상이 게재된 URL 주소나 게시물 제목 등을 특정해 달라는 카카오 측 요구에도 카페 대표 주소만 보내거나 제대로 답하지 않아 카카오에 책임을 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정된 게시물은 삭제, 경고 조치가 이뤄진 점도 감안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기술적·경제적으로 해당 게시물 관리 통제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2억80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다시 항소심 판단을 깼다. 재판부는 “손씨는 포털사에 동영상을 찾기 위한 검색어와 동영상이 업로드된 카페 대표 주소만 기재했을 뿐 게시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면서 “그 자료만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찾는 것은 사이트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기술적으로 어렵고 과도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