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 사는 A씨는 최근 집 근처 교하도서관에 갔다가 시 낭독회 ‘무대에 선 독자, 객석에 앉은 시인’ 포스터를 발견했다. 일반 독자가 무대에서 박연준의 시집 ‘베누스 푸티카’를 읽고, 시인인 박연준은 관람석에 앉아서 감상하는 형식의 낭독회였다. 이색적이었다. 오는 9일 열리는 이 행사의 기획자는 이 도서관의 ‘상주작가’인 시인 기혁이었다.
기 작가는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1월부터 ‘시적인 순간, 극적인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그 수강생들이 낭독 주체가 되는 무대”라며 “독자가 읽고 시인이 듣는 색다른 낭독회를 통해 독자가 미래의 시 형식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상주작가는 이렇게 도서관에서 일반 시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한다(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7년부터 진행하는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 서울 은평구 내를건너숲으로도서관, 전남 강진군도서관, 충남 천안 쌍용도서관, 경북 포항 포은중앙도서관, 강원도 철원교육도서관 등 전국 35개 공공도서관이 참여하고 있다.
문예위 홈페이지에서 상주작가가 있는 도서관을 확인한 뒤 직접 관련 강좌를 수강하거나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된다. 이 사업은 상주작가가 수준 높은 문학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시민들이 시나 소설 등을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됐다. 또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작가들에게 수개월 고정된 급여를 지급해 작가들의 창작 여건을 개선하는 목적도 있다.
프로그램은 SNS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는 창작 특강부터 학부모를 대상으로 동화를 창작하고 문집을 만드는 문학 체험까지 다양하다. 인천 부평구립삼산도서관은 올해 김시연 작가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면서 글을 써내려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이들이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은 나중에 전시도 한다. 인천 서구 심곡도서관의 김정현 작가는 책 읽기를 두려워하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1주일에 단편소설 1편을 읽고 작가와 소감을 나누는 수업을 진행한다. 또 국문학 전공을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멘토링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