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면서 리더십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앞서 북한 관영 매체들의 대대적인 북·미 정상회담 보도로 내부에서 기대감을 잔뜩 키웠으나, 김 위원장이 기대했던 ‘대북 제재 해제’ 없이 빈손으로 귀국하게 됐기 때문이다. 경제건설에 총력 집중한다는 김 위원장의 정책 노선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까지 66시간 동안 열차를 타고 오면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성과에 대해서도 자신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담 전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니까…”라며 합의 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만찬 전 회동에서도 “그동안 사방에서 불신과 오해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에서 적잖은 반대가 있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원하던 제재 해제를 얻어내지 못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에 다른 핵시설을 언급하며 영변 카드만으로는 전면적 제재 해제가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 대해 북한에서도 기대가 컸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과 하노이 도착 소식 등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했다. 이날 노동신문은 전체 6면 중 1면과 2면 대부분을 할애해 전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소식을 전했다. 최고지도자의 행보를 뒤늦게 보도하던 관례를 깬 것이다. 그만큼 북한 내의 기대가 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하노이 선언은 불발됐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경제건설 노선은 힘을 받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직후 하노이를 떠났지만, 김 위원장은 1일부터 베트남 ‘공식친선방문(official friendly visit)’ 일정을 이어간다. 하노이 주석궁을 찾아 응우옌푸쫑 국가주석 등 베트남 고위 인사들을 만난 뒤 호찌민 전 국가주석 묘지를 참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경제개발의 상징적 도시인 하이퐁 방문도 유력하다.
김 위원장은 2일 다시 전용열차를 타고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귀국길에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성수 손재호 기자 joylss@kmib.co.kr
‘66시간’ 열차 타고 달려와 ‘빈손’… 김정은도 리더십 타격
입력 2019-02-28 22:31 수정 2019-03-01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