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우라늄 농축시설 강선·하강 등 4곳 이상 파악

입력 2019-02-28 22:44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 채택이 무산된 이유가 미국이 요구한 ‘영변 외 핵시설’을 북한이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시설이 어떤 곳이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이 시설들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으며, 어느 정도 규모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숨겨 놓은 힌트를 모아보면 이들 시설은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시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지난해 공개된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영변 외 핵시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7월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를 인용해 북한이 영변 외에 ‘강성(송)’ 발전소라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운영 중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발전소의 이름이 ‘강선’이며, 이 발전소에서 수천대의 원심분리기가 수년간 가동됐다고 보도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강선과 하갑 지역을 포함해 최소 4곳 이상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4곳 이외의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을 북한에 제시하며 폐기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정보 당국이 수년 전부터 북한 내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추적해 오고 있었다”며 “강선 외에 최소 2곳 이상의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 여부를 확인했고, 이들의 가동 여부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플루토늄 생산시설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이 필요해 정찰위성에 포착되기 쉽다. 하지만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하는 시설은 설치 면적도 훨씬 작고, 소형 발전 설비로도 시설 가동이 가능하다.

미국은 북한에 우라늄 농축시설뿐 아니라 북한 내 수십 곳에 이르는 미사일 관련 시설에 대한 전면적 신고와 일부 미사일의 폐기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11월 북한 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20여곳의 미사일 운용기지가 있으며 이 가운데 13곳의 위치를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