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이 28일 뜻밖의 결렬을 맞으면서 향후 북·미 관계는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북·미 양국은 접점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며 비핵화 협상 동력을 가까스로 살려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당장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을 상대로 경제 제재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은 떨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수주 내로 비핵화 실무협상을 이어갈 뜻을 내비치며 대북 제재를 강화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둔 데다 자신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폭로까지 겹치며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리스크를 더 키우기도 부담스러워 보인다.
키리졸브연습(KR), 독수리훈련(FE) 등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고강도로 진행될 가능성도 떨어진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역시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으로 한·미 연합훈련 실시와 전략자산 전개 여부가 계속 활용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은 꽤 오래 전에 포기했다. 왜냐하면 훈련을 할 때마다 1억 달러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억 달러를 그런 훈련에 쓰는 게 싫다. 그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훈련비용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우리 군 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무기한 중단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포기’ 발언은 지난해 비핵화 협상을 위해 유예했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을 거론한 것일 뿐 올해 예정된 모든 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회담 직후 유예 가능성이 거론됐던 KR도 3월 4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KR은 과거보다 절반가량 훈련기간을 줄인 7일 동안 실시할 계획”이라며 “미국 측과 협의가 마무리됐으며 2~3일 내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군사 도발을 재개하며 ‘강 대 강’ 대치 전선을 형성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새 전략 노선으로 채택했지만 대북 제재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로 돌아설 경우 시급한 경제난을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강하게 대응하면 더 강하게 받아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아는 북한이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불러올 수 있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는 이번 회담 일정과 의미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김 위원장으로선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별다른 경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북한 내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도 당분간 비핵화 노선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협상 전략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경제 협력이 적극 추진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롯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하나도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비핵화 상응조치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떠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성과 절실 ‘판’ 못 깨는 트럼프… 北·美, 당분간 ‘숨고르기’
입력 2019-03-01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