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28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1, 2차장을 전격 교체했다. 새로운 남북 경제협력 구상을 마련하고 한·미 통상 분쟁에도 대비하기 위한 인사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이날 북·미 회담이 결렬된 점을 들어 안보라인을 너무 성급히 교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 1차장에 김유근(62)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을, 2차장에 김현종(60)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했다. 후임 통상교섭본부장으로는 유명희(52)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승진 임명됐다.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김현종 신임 2차장이다. 그는 2004년 노무현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던 국내 최고의 통상·협상 전문가다.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대처하기 위해 문재인정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복귀한 그는 한·미 FTA 개정 협상과 철강 관세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었다. 그리고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을 내려놓고 차관급인 2차장으로 부임하게 됐다.
김현종 차장의 청와대 입성은 무엇보다 남북 경협을 대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남북 경협을 재개·확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에 정통하고 통상 절차에 강점을 지닌 사람이 필요한데 김 차장 이상의 대안을 찾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차장은 통상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유엔대사를 하며 정무적 감각과 국제정치 경험을 쌓았다”며 “통일연구원 연구원도 2년간 경험한 분으로, 새롭게 펼쳐지는 한반도 상황 속에 미국을 직접 상대하며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유근 신임 1차장은 육사를 졸업하고 8군단장, 육군본부 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차장 등을 지냈다. 군에서 전력 증강 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만큼 남북 관계를 뒷받침할 안보 역량 강화와 국방 개혁에 주력할 인사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김 차장은 안보정책과 국방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이상철 1차장과 남관표 2차장은 20개월여 만에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남 차장은 주일대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분 다 문재인정부 출범 시부터 헌신해왔던 만큼 계속 크게 쓰일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부 설립 70여년 만의 첫 여성 1급 공무원이었던 유 본부장 발탁도 눈에 띈다. 유 본부장은 산업부 자유무역협정교섭관, 통상정책국장 등을 거쳐 박근혜정부 청와대 외신대변인을 지낸 바 있다. 그의 남편은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유 본부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사의를 표했지만 문 대통령이 과거 경력이나 남편 성향과 상관없이 능력만 평가하라고 지시하면서 최종 발탁됐다. 그는 한·미 FTA 개정 협상팀에서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악마의 변호인은 한 집단이 같은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팀 내에서 반대 의견을 내도록 지정된 인물을 의미한다. 산업부 안에서는 협상 스타일을 놓고 김현종 본부장을 개인기가 현란한 브라질 축구로, 유 본부장을 탄탄한 조직력을 우선시하는 독일 축구에 비유하기도 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통상맨 김현종, 靑 안보실 2차장으로… 급 낮춘 인사 왜
입력 2019-02-28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