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모든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입력 2019-02-28 21:06 수정 2019-02-28 22: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된 배경을 설명했다. 오른쪽 뒤쪽에 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손을 머리에 얹은 채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28일 오후 2시(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모든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며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로 발견한 것들이 있었다”며 “(이를)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북한은 놀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은 약속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북한이 (협상에서) 제재 완화를 원했나.

“북한은 모든 제재를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는 완전하게 제재를 해제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회담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에 대한 의견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나.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의지는 보이고 있지만 우리가 기대한 비핵화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해야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

-(회담 결렬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었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나.

“나만의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난 북한과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고, 그렇게 할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것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북한과 계속 대화를 나눌 것이다. 이번에는 서명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서명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뿐이다.”

-합의가 결렬됐을 때 양측 분위기는 어땠나.

“우호적이었다. 누군가가 박차고 나선 것이 아니라 굉장히 좋은 분위기에서 악수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동의한다. 나도 카운터파트(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이전보다 가까워졌고 진전을 이뤄졌지만, 끝까지 가지 못했을 뿐이다.”

-너무 성급하게 정상회담을 개최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나.

“내가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면 끔찍하다는 반응이 있었을 것이다. 언제든지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번에 합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과 비핵화를 위해서 어떤 방안을 논의했나.

“여러 방안을 이야기했다.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내게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반도 국가다. 북한은 신속하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매우 중요한 경제적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플러스알파를 원했나.

“더 필요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우리가 추가로 발견한 것들도 있었다.”

-우라늄농축 같은 것인가.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 우리는 현 단계에서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

“(폼페이오) 영변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 (합의에) 미사일과 핵탄두, 무기체계가 빠져서 합의를 못했다. (핵)리스트 작성 신고도 합의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 예정인가.

“문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고, 곧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회담을 위해서 많은 노력과 지원을 해줬다.”

-김 위원장과 다음 회담을 약속했나.

“하지 않았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할 의지가 있나.

“군사훈련은 오래 전에 포기했다. (훈련)할 때마다 1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 미국은 군사훈련을 하는 데 수억 달러를 쓰고 있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조금 더 지원해 줘야 한다.”

-김 위원장과 북한 핵사찰에 대한 논의를 했나.

“사찰? 쉽게 할 수 있다. 우린 이미 준비돼 있다. 북한과 뭔가를 한다면 일정은 마련돼 있다. 일부 지역이나 부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성공적으로 사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회담이 곧 열릴까.

“빨리 열릴 수도, 오랫동안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장담은 못한다. 오늘 합의할 수 있었지만 내 마음에 완벽하게 드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합의를 하느니 (나중에) 제대로 하기 위해 오늘 (합의를) 하지 않았다.”

-오늘 오전만 해도 긍정적인 말들이 오갔는데.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계속 긍정적이었다. 우리는 외교 역사상 가장 터프한 언어를 사용했었지만, 이제 우호적인 관계로 바뀌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과의) 관계가 많이 개선됐다.”

-미국은 제재 강화를 통해 북한에 (비핵화) 압력을 가할 예정인가.

“지금 (대북) 제재는 강력하기 때문에 더 강화할 생각은 없다. 북한에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 중요하다. 김 위원장을 만나면서 내 태도가 많이 변했다. 김 위원장과 북한만의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