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모 아니면 도’ 벼랑끝 전술… 결국 노 딜 택했다

입력 2019-02-28 21:08

정상회담 합의문 발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이 28일 최종 결렬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 아니면 도’식 협상 스타일이 다시금 드러났다.

이날 김 위원장은 대북 제재 전면 해제,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 이상을 거듭 상대방에 요구하는 ‘벼랑끝 전술’을 펼쳤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요구할 수 있는 한계치를 요구한 뒤 이를 완벽하게 관철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노 딜(no deal)’이라는 카드를 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결렬된 뒤 기자회견에서 “여러 옵션이 있었지만 현 시점에선 합의를 도출하지 않는 게 나았다”며 “합의문이 마련돼 있었지만 (서명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다”고 수차례 말했다. 검증 가능한,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만이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미인지 묻는 질문엔 “답변할 수 없다”고 했지만 미국의 원칙이 확고했다는 사실은 협상 결과로 명확히 드러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우린 북한에 더 많은 걸 바랐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미국이 내부적으로 정했던 마지노선을 인정했다.

‘모호한 합의를 하느니 합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건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을 놓고 “나만의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 비핵화와는 거리가 먼 ‘스몰 딜’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헤리티지재단의 북한 전문가 올리비아 에노스의 말을 인용해 “나중에 거부할 수 없는 조건에 동의해 양쪽 모두를 궁지에 몰아넣는 ‘나쁜 합의(bad deal)’를 하느니 합의하지 않는 게 낫다”면서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인권 개선을 계속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부에서 끊임없이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온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우리가 포기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모호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 것을 의식했을 가능성도 크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