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회 정상화를” 황교안 “여당이 풀어야”

입력 2019-02-28 20:30
황교안(오른쪽)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가 28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로 이해찬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황 대표에게 당부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가 28일 취임 인사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았다. 두 사람은 각각 박근혜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를 지낸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당선과 함께 ‘현 정권에 맞선 치열한 전투’를 천명한 황 대표와 ‘20년 집권론’을 앞세워 여권의 파수꾼을 자임한 이 대표는 숙명적으로 대적해야 할 관계이기도 하다. 첫 상견례 자리부터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이 대표는 예방을 온 황 대표에게 “한국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마감하고 당대표를 선출했으니 이제 등원해서 생산적인 국회가 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했다. 황 대표는 “국무위원이나 총리를 하면서 보면 야당은 선택지가 별로 없더라”며 “국회의 어려움은 여당이 잘 풀어줘야 정상화될 수 있는 방안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당대표 6개월 선배인 이 대표는 “국회의장과 당대표들이 갖는 ‘초월회’라는 오찬 모임이 있다. 황 대표도 정식 멤버가 됐으니 다음 주 월요일 모임에서 생산적인 논의를 하자”며 일종의 ‘멘토링’도 했다. 양쪽은 “남북 관계의 새로운 정립 문제도 대화를 많이 하자”(이 대표), “지금까지 북한이 진정성 있는 합의 이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많이 걱정된다”(황 대표) 등으로 남북 문제에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황 대표는 예방에 앞서 이 대표와의 인연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굳이 연을 말한다면 제가 검찰에 근무할 적에 총리였다. 업무적인 협의는 있었다”고 답했다. 재차 개인적 인연 여부를 묻자 “같은 대한민국 공무원”이라고 했다.

실제 두 사람의 이력을 보면 딱히 교차점이 없다. 황 대표는 28년의 검사생활 대부분을 공안 분야에서 근무했다. 이 대표가 총리로 있던 2005년에는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정부와 충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학생 시절 시국사건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으며, 1988년 국회의원이 된 이후 30년 넘게 정치인으로 살았다.

이 대표와 황 대표는 2015년 2월 국회 대정부 질문 때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 적도 있다. 이 대표가 통합진보당 해산 과정을 비판하자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충분히 법리를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가 “질문하지 않았다. 들어가시라”며 수차례 말을 끊었지만, 황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답변을 마쳤다. 이 대표는 “교언(巧言)으로만 답하고 진정성은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지호일 심우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