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하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과 비리를 폭로한 발언이 파문을 낳고 있다. 일각에선 코언의 증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하노이 선언을 도출하는 것보다 자신의 대통령직을 위협하는 코언의 폭로에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주요 방송사와 신문 등은 북·미 정상이 만나는 순간에도 이 장면 대신 코언 청문회를 톱뉴스로 다뤘다.
코언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의회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사기꾼’ ‘인종주의자’ ‘범죄자’라고 부르며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코언은 2006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하며 해결사 역할을 해왔지만 ‘러시아 게이트’ 특검 수사를 계기로 결별했다. 그는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감경받는 플리바겐을 택해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날 코언이 폭로한 내용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각종 스캔들과 관련해 사전에 유리하게 조율했고, 이와 관련해 협박과 거짓말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코언은 10여년간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500여 차례의 협박과 거짓말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당초 미 정가와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언 청문회를 덮기 위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엉성한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다면 차라리 북·미 정상회담을 결렬시키는 충격요법을 통해 코언 청문회를 덮는 것을 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코언의 폭로에 대해 “러시아와 유착이 없었다는 증언만 진실이다. 나머지는 모두 거짓말”이라면서 “왜 이런 청문회를 중요한 정상회담 기간 중에 진행했는지 모르겠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코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비난 트윗을 올린데 이어 27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 직전 기자가 코언 관련 질문을 하자 ‘펜기자’들의 만찬 취재를 한때 제한하기도 했다.
코언의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을 준 민주당 전국위 컴퓨터 해킹 이메일 폭로를 위키리크스로부터 사전에 연락받았다. 또한 코언은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여성 2명에게도 입막음용 돈을 줬다면서 수표 사본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러시아 유착 의혹과 관련해 그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내가 직접 보고 들은 바에 따르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기간 중 모스크바 부동산 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전 징집을 회피하기 위해 의료기록을 조작했으며, 대선 후보로서 출신 고교와 대학에 자신의 성적표나 시험 점수를 공개하지 말라는 편지를 쓰라고 한 것도 폭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코언의 증언은 민·형사상 조사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법적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럼프는 사기꾼”… 가시 돋친 코언의 입이 회담결렬 영향줬나
입력 2019-02-28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