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은 평화와 자유를 바탕으로 한 사회운동이자 우리 힘으로 일으킨 민족사적 운동이었습니다.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폄하된 3·1운동을 바로잡아야 우리 민족이 일어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40년 가까이 독립선언서를 연구한 안모세(69) 대한민국 3·1회 회장은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열린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한인교회 목사로 활동하던 그가 갑자기 역사 연구에 뛰어든 이유였다. 안 회장은 1919년 3·1운동 전후 세계 각지에서 선포된 독립선언서 17편과 관련 문서 5편을 모아 지난 25일 ‘대한독립선언서총람’ 증보판을 출간했다. 총람 초판을 선보인 뒤 23년 만이다.
76년 미국으로 건너갈 때만 해도 안 회장은 신학대를 나온 평범한 젊은이였다. 타지에서 한인들이 겪는 인종차별과 부당함을 목격하며 “힘 없는 나라의 서러움”을 느꼈다. 그는 영주권이 없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명의로 가게를 내주는 등 한인들의 정착을 적극 도왔다. 이때 독립운동가 김규식 선생의 손녀와 인연을 맺었다.
안 회장은 “나라를 위해 애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아무런 영광 없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났다”며 “역사 연구, 그중에서도 독립운동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어느 도서관에서도 한국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안중근 의사도 일본의 일방적 시각에 따라 ‘테러리스트’로 적힌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80년 5월 안 회장은 본격적으로 세계 각지에서 선포된 독립운동선언문 자료를 수집했다. 중국 룽징, 지린, 창춘, 선전(당시 펑티엔) 등을 다니며 배경지식을 쌓았다. 러시아(당시 소련)에서 고려인 3, 4세들을 만나기도 했다. 한 원로학자는 안 회장의 열정을 보고 자신이 연구하던 독립선언서 17편을 건넸다. 안 회장은 “여러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출간한 이번 증보판에는 ‘한국파리유림장서’와 안 회장이 직접 번역해 전문가 검수를 마친 영문판이 추가됐다. 다음달 3월 총람에 담긴 자료들에 대해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안 회장은 “3·1운동은 성별 지역 세대를 뛰어넘어 한뜻으로 독립을 염원한 운동”이라며 “서로 다른 지역의 유림 137명이 한목소리를 낸 파리유림장서를 번역할 때 가슴에 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성명서에 서명을 안했을 뿐 여성들 없이는 한국 독립운동사를 논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글·사진=김승현 기자 limkim@kmib.co.kr
안모세 ‘3·1회’ 회장 “한국파리유림장서를 번역할 때 가슴에 울림이 있었다”
입력 2019-03-01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