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했던 김정은·트럼프의 숙소 귀환길, 국기 흔드는 인파도 없었다

입력 2019-02-28 22: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용차 캐딜락원(비스트)이 28일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로 돌아가고 있다(위 사진). 같은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검은색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가드 차량도 숙소 멜리아 호텔로 복귀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총 4시간30분간 회동했지만 끝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AP뉴시스

축포가 터졌어야 할 자리에는 적막만 남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마지막날인 28일 회담장소인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을 빠져나가는 두 정상의 모습은 취재진의 카메라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았다. 반짝이는 플래시 속에 회담장에 도착했던 떠들썩한 아침과 대조적이었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던 이날 두 정상은 당초 일정보다 한참 빠른 오후 1시20분(현지시간)을 넘어 회담장소 밖으로 나왔다. 성조기를 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용차 비스트, 인공기를 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차 메르세데스 S-600 풀만가드가 각자의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과 멜리아 호텔로 향했다.

오전과 달리 양국 국기를 흔드는 인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차 안에서 언뜻 비친 김 위원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숙소로 돌아간 김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을 떠날 때까지도 수시간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30분 넘게 시간이 흐른 뒤 단독 기자회견을 끝냈다. 회담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외교적으로 끝났다”며 갸우뚱한 대답만 남겼다. 회견장을 나가며 취재진에게는 늘 그래왔듯이 오른손 엄지를 과장되게 치켜세웠다.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가는 처지 때문인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입꼬리가 잔뜩 처져 있었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배웅나온 베트남 정부 인사들과 차례로 5분 남짓한 시간 악수를 나눴다. 화동이 건네주는 꽃다발은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곧바로 수행진에게 넘겼다. 악수를 나눈 뒤 홀로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흰색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그는 이윽고 좌우로 두 차례 손을 빠르게 흔든 뒤 기체 안으로 사라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