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이라 무조건 출제”… 공시생들 ‘기미독립선언서’ 열공

입력 2019-02-28 22:06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하노라….”

3·1운동 100주년을 하루 앞둔 28일, ‘기미독립선언서’를 읊고 있는 이는 9급 공무원 시험 재수생 석모(27)씨다. 그는 매달 두 번 기미독립선언서를 외우고 있다. 석씨는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라 기미독립선언서 관련 문제가 반드시 나올 거라고 학원 강사가 강조했다”며 “처음엔 필사를 한 번 하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요새는 1시간으로 단축됐다. 필사를 한 다음 스터디 카톡방에 올려 인증한다”고 말했다.

3·1운동 100주년 바람이 고시촌에도 불고 있다. 수험생과 학원 강사들은 3·1운동 관련 문제가 집중적으로 출제될 것으로 보고 ‘기미독립선언서 특강’을 내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상 공무원 시험의 국어 과목에 나오는 ‘기미독립선언서 문제’는 이제껏 수험생의 ‘버리는 카드’와 다름없었다. 한자를 모두 알아야 답을 알 수 있어 난이도가 높은 데 비해 1년에 한 문제가 나올까 말까할 정도로 출제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3·1운동이 100주년을 맞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7급 공무원 수험생 이모(27)씨는 “수험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미독립선언서 공부법을 묻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고 했다. 9급 수험생 김모(25)씨도 “한국사 과목 강사들이 3·1운동을 강조해 2·8독립선언 등 전후 발생 사건을 연대별로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민석 공무원팀’의 정원상 국어 강사는 “남한산성 영화가 나왔을 때 시험에 병자호란 관련 지문이 나오는 등 공무원 시험은 시사 문제가 많이 나온다. 학생들에게 ‘올해는 무조건 3·1운동 파트를 파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이성문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