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고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지침)를 통해 배당수익률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설명회에서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 수익이 -0.92%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내외 주식에서 각각 16.77%, 6.19% 손해를 봤다. 손실금액은 5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었다. 반면 국내채권은 4.85%, 해외채권은 4.21%, 대체투자는 11.80% 등으로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주요국 무역분쟁과 통화긴축, 신흥국의 신용위험 고조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가 지속돼 주식에서 손실이 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스피는 17.28% 하락했고 글로벌 주식시장은 9.2% 떨어졌다.
국민연금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 연기금보다 작아 수익률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고 했지만 우리와 비중이 비슷한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8.4%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CPPIB는 위험자산 투자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며 “국민연금도 해외 및 대체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안 본부장은 “현재 18%인 국내주식 비중을 2023년까지 15% 내외로 낮출 것”이라며 “다만 기금 총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실제 보유한 주식은 증가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작년 12월 말 기준 전년보다 17조1000억원 늘어난 638조8000억원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량이 늘면 그만큼 국내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특히 스튜어드십코드로 정부가 ‘기업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에 대해 안 본부장은 “스튜어드코드십 로드맵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시행할 것”이라며 “배당률을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주주권 행사를 통한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 제고는 필요하지만 스튜어드십코드가 배당성향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너가 보유한 주식량이 많을 때도 문제가 된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남양유업에 배당 확대를 위한 주주제안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과 그 일가가 지분 53.85%를 보유하고 있어 배당을 늘리면 최대주주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국민연금 요구를 거절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이 5.71%에 불과해 주주제안을 해도 주총에서 가결되긴 어렵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국민연금 수익률 작년 -0.92%… 금융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입력 2019-03-0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