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안방극장에 울려퍼지는 “대한독립, 만세”

입력 2019-03-01 00:03
1919년 200만 조선인의 만세 함성을 담은 3·1운동 100주년 다큐드라마 ‘그날이 오면’(왼쪽 사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마지막 무관생도들’. 각 방송사 제공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왼쪽 사진),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영화 배급사 제공
나라를 빼앗기고서도 우리는 굴복하지 않았다. 치열하게 자유와 독립을 외쳤고, 끝내 침탈당한 국권을 되찾았다. 그날의 역사는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거룩한 의미를 전한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 민족의 저항 정신을 일깨우는 작품들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채운다.

먼저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들이 준비 중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후원하는 40부작 드라마 ‘이몽’(MBC)은 비밀결사 의열단의 단장 약산 김원봉이 주인공이다. 임시정부에서 첩보 요원으로 활약하는 외과 의사 이영진(이요원)과 김원봉(유지태)의 이야기를 그린다. 5월 방영 예정으로 250억원가량의 제작비를 들여 몽골 상하이 등에서 촬영 중이다.

하반기에는 ‘의군-푸른 영웅의 시대’(KBS2)가 선보인다. 철부지 도련님 안응칠이 대한의군 참모장 안중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캐스팅은 미정이지만, 규모가 역시 만만찮다. 300억원대 제작비에 중국 현지 촬영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콘텐츠들도 함께 안방을 찾는다. 2부작 ‘마지막 무관생도들’(MBC)은 1900년대 초 전문 군인을 양성하던 대한제국 무관학교 최후의 생도 45명의 삶을 다큐드라마로 풀어낸다. 3·1운동을 기점으로 지청천 김경천 등 항일 무장 투쟁에 나선 이들과 홍사익 이응준과 같이 친일 부역으로 나아간 이들의 엇갈린 삶의 궤적을 조명한다. 미술가 임옥상의 퍼포먼스와 연극기법 등 실험적 형식을 가미했다. 지난달 25일 1부를 방송한 데 이어, 1일에는 2부 ‘죽어도 몸이 썩지 않는다’ 편이 방송된다.

‘모닝와이드 3부’(SBS)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7부작 로드 다큐멘터리 ‘임정루트를 가다’를 선보이고 있다. 이달 22일까지 총 7회에 걸쳐 방송되는 특집으로, 백범 김구의 증손자 김용만씨와 탤런트 박세준이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약 4000㎞에 달하는 임시정부와 항일 독립운동 27년간의 발자취를 좇는 과정을 다뤘다. 중국 내 22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중 합작 다큐멘터리영화 ‘22’는 2일 0시30분에 같은 채널에서 전파를 탄다.

1일 오후 7시35분에는 다큐멘터리 ‘신한청년당의 젊은 그들’(KBS1)이 공개된다. 몽양 여운형이 조직한 신한청년당의 업적을 토대로 3·1운동이 일어나기까지의 숨막히는 일정을 함께 따라가 본다. ‘그날이 오면’(KBS1)은 민족의 정신이 담긴 독립선언서가 인쇄·배포돼 200만 민중이 참여하기까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2부작 다큐드라마로 1일 오후 10시와 다음날 오후 9시40분에 차례로 방송된다.

영화계 움직임도 분주하다. 목숨을 걸고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재조명하는 작품들이 잇달아 개봉한다. 먼저 만세운동을 펼치다 수감돼 열일곱 꽃다운 나이로 옥중에서 생을 마감한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작품 두 편이 관객을 만난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극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와 오는 14일 선보이는 다큐멘터리 ‘1919 유관순’(감독 신상민)이다.

유관순 열사뿐 아니라 그와 함께 서대문 형무소 8호실에 갇혔던 수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겹친다. 학생 기생 시각장애인 임산부 등 25명의 여성들이 비좁은 감옥 안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고락을 함께한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는 유관순 역의 고아성을 비롯해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등이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 생생한 고증과 자문을 통해 제작된 ‘1919 유관순’에는 하희라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같은 날 개봉한 ‘자전차왕 엄복동’은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제의 억압과 횡포가 극에 달했던 당시, 스포츠를 통해 민족의 자긍심을 높여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한 엄복동(정지훈)의 실화를 토대로 했다. 애국단 활동과 연결되는 부분은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것인데, 연출이 다소 투박할지라도 나름의 의미를 담으려 한 노력만은 엿보인다.

올해 개봉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 중인 작품들도 있다. 문홍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꺼지지 않는 불꽃’은 일본군이 수원(지금의 화성시) 제암리 주민들을 집단 학살한 ‘제암리 학살 사건’을 조명한 극영화다. 조선 독립을 위해 싸우다 강제 추방당한 선교사 스코필드의 시선을 통해 3·1 만세운동의 발단과 그 과정에서 무력 진압을 자행한 일본의 만행 등을 보여준다.

유해진과 류준열이 호흡을 맞춘 대작 ‘전투’도 기대를 모은다. 대한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최초의 승리를 거둔 봉오동 전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유해진이 칼을 잘 다루는 독립군 황해철, 류준열이 비범한 사격 솜씨를 지닌 분대장 이장하를 연기했다. 원신연 감독은 “제대로 된 평가도 받지 못한 채 사라져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경루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