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공유 서비스 ‘타다’를 애용했다. 한국판 ‘우버’로 불리는 타다는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해 이용하는 기사가 있는 렌터카 서비스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뒤 승차 거부 없는 배차 서비스 등으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며칠 전 타다 서비스를 이용하러 앱을 켰다. ‘지금은 탄력요금제(1.4배)가 적용되는 시간입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떴다. 기사를 찾아보니 수요가 많은 시간에는 시스템상으로 ‘알아서’ 탄력요금제를 적용한다는 타다의 발표가 있었다. 이용하려 했던 때는 출퇴근시간도 아니었다. 인기몰이로 수요가 폭증하자 타다가 사실상 요금을 30~40% 기습 인상한 셈이다.
2015년 12월, 미국에서는 한 시민이 우버와 우버 기사들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가격을 담합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알고리즘이란 컴퓨터가 주어진 명령을 수행해 수많은 데이터를 재배열하는 논리 구조다. 사람의 지시나 개입 없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담합하는 것을 알고리즘 담합이라고 한다. 이 시민은 우버 운전기사들이 우버 앱을 이용해 승차요금을 받는 행위가 없었더라면 운전기사끼리 서로 요금 경쟁을 해 가격이 더 싸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듬해 3월 뉴욕연방지방법원은 이 시민의 손을 들어줬다. 우버는 승객과 운전기사들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금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탄력요금제’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는데, 법원은 이 알고리즘을 매개로 우버와 운전기사들이 택시요금을 공모해 담합을 형성했다고 본 것이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타다의 탄력요금제 적용을 알고리즘 담합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수 있을까? 없다. 관련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현 공정거래법은 경쟁사업자 간 합의 행위가 있어야만 담합으로 처벌할 수 있다. 타다와 타다 기사는 경쟁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법으로는 규제가 불가능하다. 대법원 역시 경쟁사업자 간의 정보 교환만으로는 담합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카풀(승차공유)을 둘러싼 택시업계의 갈등도 사실 공정위의 직무유기가 일부 작용하고 있다. 공정위는 시장 진입 규제의 주무 부처다. 지역 운행제한 등 택시 시장의 경제 제한성을 풀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공정위의 주된 역할은 시장 참여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인데 택시 시장은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택시 시장을 경제적 시장이 아닌 표가 걸린 정치적 시장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혁신경제 시대다. 시장은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 경쟁 당국이 과연 그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시장은 점차 사라지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 시장이 밀려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본력 없이 혁신적 아이디어 및 서비스로 급격한 성장이 가능하지만 한편에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기존 기업들이 진입장벽을 강화해 독과점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쟁 당국은 혁신경쟁을 활발하게 하는 분야는 진흥시키고 기존 기업의 독점화 시도는 막아낼 의무가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의 경쟁 당국은 전통적인 경쟁제한 분석 틀을 변화하는 시장에 맞추는 작업을 시작한 지 오래다.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공정위도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 26일 ‘빅데이터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혁신 기반 및 빅데이터산업의 기업 결합에 대한 심사 지침을 구체화해 인수·합병을 하려는 기업들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자는 취지다. 공정위는 1981년 제정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업 부담 우려 논란 등으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물론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규제 대상을 상장사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을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경쟁법을 선진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공정위는 ‘경제검찰’보다는 혁신시장의 ‘시장 지킴이’가 돼야 한다.
이성규 경제부 차장 zhibago@kmib.co.kr
[세상만사-이성규] 공정위의 선택과 집중
입력 2019-03-0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