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교계서 최초로 3·1운동 기념예배 올려”

입력 2019-03-04 00:01
박춘화 창천교회 원로목사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교회가 연합해 3·1운동 기념예배를 드린 것은 1973년이 처음이었다”며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에 기념예배가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김지훈 기자

한국교회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수많은 예배와 행사들을 치렀다. 지난 1일엔 대규모 연합예배도 개최돼 그 의미를 더했다. 한국교회는 해마다 3·1절을 맞아 교파를 초월해 기념예배를 드린다. 교회들이 연합해 3·1절 기념예배를 드린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서울 창천교회 박춘화(83) 원로목사는 지난 28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1973년 3월 1일 서울 창천교회에서 드린 예배가 처음이었다. 당시 언론도 이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당시 민경배 연세대 교수 등이 유대인들이 유월절을 지키는 것처럼 한국교회도 3·1운동을 계승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신촌 지역 교회들과 연합해 첫 예배를 드렸다”고 소개했다.

박 목사는 46년 전 기념예배를 회고하면서 “고당 조만식 장로의 사모인 전선애(창천교회) 장로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했으며 백낙준 박사가 에베소서를 본문으로 현대인의 독립운동 참여에 대해 설교했다. 민족대표 33인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이갑성 선생도 참석해 회고담을 들려줬다”고 말했다.

당시 기념예배는 독립선언서 낭독을 비롯해 애국가와 3·1절노래, 유관순노래 제창, 만세삼창 순으로 진행됐다. 이 예배는 이후 한국교회가 실시한 3·1운동 기념예배의 모델로 정착됐다.

박 목사는 인터뷰 도중 ‘3·1운동 기념 예배 사례집’ 책자를 보여줬다. 1984년 11월 25일 창천교회가 발행한 책자로 2·8독립선언서를 비롯해 1919년 배포된 3·1독립선언서 원본, 풀이, 영문 번역 독립선언서, 해설과 논문, 기념예배 순서와 설교문 등이 담겨있다. 애국가와 삼일절 노래, 3·1운동 봉기도(圖)를 부록으로 담았다. 지난 1일엔 84년부터 올해 기념예배까지를 수록한 ‘신촌지역 연합예배’ 사료집도 출간했다.

박 목사는 “사례집을 발간한 것은 한국교회가 전국적으로 3·1운동 기념예배를 드리면서 예배 방법에 대한 문의가 많아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며 “책자엔 73년 이후 12년간 진행된 기념예배 순서지와 설교문 등 자료를 담았다”고 말했다.

책자엔 이갑성 선생의 회고담 전문도 실려있다. 여성들의 역할에 주목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20만이나 되는 일본 순사와 헌병 정탐꾼의 감시에도 만세운동이 비밀리에 진행된 것은 여성들의 역할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과 같은 여성은 없다고 그때 단정했습니다. 우리들은 의논만 했고 연락하고 시행하는 일은 전부 여성들이 맡아서 했습니다.… 20세 미만의 여학생 62명은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까지 다녀오며 비밀 서류를 전했습니다. 당시 연락책은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20세 미만은 몸수색을 받지 않았습니다.”

박 목사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두 가지 바람이 있다고 했다. “3·1운동사가 하나로 묶여야 합니다. 흩어진 자료를 모아주십시오. 3·1운동은 민족이 하나 된 사건이었습니다. 교계부터 하나 돼 대한민국도 하나가 되고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