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 나온 국가교육위원회, 대입제도 고교학점제 등 장기정책 전담

입력 2019-03-01 04:02
유은혜(뒷줄 왼쪽 네 번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새로운 교육 100년과 국가교육위원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선언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교육위원회 밑그림이 나왔다. 교육의 ‘탈(脫) 정치화’를 목적으로 하는 실험적 기구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용 대입제도를 이 기구가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 정부가 차기 정권의 권한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어 설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는 28일 국회에서 ‘대한민국 새로운 교육 100년과 국가교육위원회’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초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15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5명, 국회가 8명을 임명하고 교육부 차관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대통령 임명 5명 중 1명, 국회 8명 중 2명은 상임위원으로 활동한다. 위원장은 위원들이 상임위원 가운데 1명을 합의해 선출한다. 위원장은 장관급이고 나머지는 차관급이다.

위원회 산하에 분과위원회 6개가 만들어진다. 총괄조정, 교육과정, 교육분권소통지원, 유·초중등 교육발전전략, 고등교육발전전략, 평생·직업교육발전 전략 분과 등이다. 한시적으로 현안 등을 논의하는 특별위원회와 시민사회 의견수렴을 위한 자문위원회 설치도 가능하다.

교육 행정은 국가교육위와 교육부, 시·도 교육청 3가지 축으로 돌아가게 된다. 국가교육위는 10년 단위 국가교육기본계획 및 교육정책의 장기적 방향 수립, 교육과정 연구·개발·고시, 지방교육자치 강화 등을 담당한다. 중장기 대입제도 역시 국가교육회의 몫이다. 교육과정과 밀접한 교과서 관련 정책은 교육부에 남겨두기로 했다. 교육부는 유·초·중등 업무를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하고, 고등·평생·직업 교육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축소한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장치도 제시됐다. 먼저 예산은 개별 정부 부처의 위상을 부여해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한다. 교육부 예산과는 분리됐지만 여느 정부 부처처럼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또한 법안에는 “교육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직접 관할하고 있는 교육 정책에 대해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따라야 한다”고 했다. 국가교육위 결정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조항이지만 ‘특별한 사정’에 대한 해석 차이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위원장에는 국무위원 자격을 주지 않는다. 단지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국무총리에게 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 법령을 고치려면 정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교육 행정의 상당수는 법령에 근거해 이뤄진다는 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반대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법령을 개정해 국가교육위를 식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야당 설득이 난관으로 꼽힌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는 이날 토론회 이후 ‘국가교육위 출범 준비단’을 조직해 올해 안에 법률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국가교육위도 연내 출범시키는 게 목표다. 그러나 20대 청년들이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보수정권 교육에서 찾은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정치권은 교육 행정을 ‘미래를 위한 표밭갈이’쯤으로 여긴다. 야당 입장에선 정권을 탈환하더라도 마음대로 교육정책을 펴지 못하도록 하는 ‘족쇄’로 여길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국가교육위에 참여할 경우 ‘전교조 정책 알박기’로 규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구나 올해 하반기 정치권이 총선 모드로 돌입할 경우 야당 설득이 더욱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