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75%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소수의견이 없는 만장일치였고, 기준금리 동결이 확실하다는 금융시장의 예상대로였다. 이주열(사진) 한은 총재는 “세계 경제는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점,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가 이어질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각종 경제 성적표가 애초부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웠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 합의 이후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한은의 전망은 변하지 않았지만, 설비·건설투자 및 수출 증가세의 둔화 흐름도 여전했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도 소폭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돈의 흐름을 줄이는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불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불확실한 세계 경제의 앞날도 기준금리 동결 예상을 확실하게 해줬다. 결과를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미·중 무역협상의 전개 과정,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기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형태 등의 변수는 금통위원들의 판단을 여느 때보다 신중하게 만들었다. 불확실성 완화 기대감이 심리지수 등에서 드러나지만, 실제 방향성을 확인하긴 어려운 단계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협상은 여전히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고, 연준의 유연한 입장도 불확실성이 가신 건 아니며, ‘브렉시트’는 그야말로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름세가 0%대 후반으로 둔화된 소비자물가도 이번 동결 결정의 배경이었다. 이 총재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 이후에 가서는 1%대 중반을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낮은 물가 흐름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근원적인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제유가 하락,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등의 영향이 통화정책 효과보다 크게 작용한다는 얘기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내려 잡힌 데 이어 물가상승률 전망마저 하향 조정되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을 넘어 인하 기대감마저 컸던 게 사실이다. 댐의 수문(水門)을 개방해 물을 흘려보내듯 기준금리를 낮춰 돈을 돌게 하자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 총재는 “성장 전망에 더해 금융안정 상황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단계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가 말한 ‘금융안정’은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의 관리를 가리킨다. 그는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둔화되지만 총량이 여전히 높은 점, 특정 자산시장으로의 쏠림현상 재현 가능성 등에 여전한 경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과 함께 대출 증가세 둔화에 기여했다”고도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금통위, 기준금리 또 동결… 경기·물가·대외 상황 ‘3대 뇌관’에 막혀
입력 2019-02-28 22:04 수정 2019-03-01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