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66권은 40여명의 기록자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기록됐으며 광범위한 지리적 배경 외에도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구약성경은 대부분 히브리어로 기록됐으며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아람어가 사용된 부분도 있다. 신약성경은 그리스-로마 문명을 바탕으로 한 헬라어로 기록됐다. 구약의 각 권은 히브리 문학의 우수함과 독특성을 잘 보여 주고 있는데, 그중 시편이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본에 성경의 장, 절이 지금처럼 세세하게 있는 것은 아니다. 로마서나 고린도전·후서는 사도 바울이 로마와 고린도에 살던 1세기 기독교인들에게 보낸 서신서, 즉 편지글이다. 어떤 사람도 장과 절을 구분해 가며 편지를 쓰지 않듯이 헬라어 원본에는 장과 절의 구별이 없다. 1551년 인쇄업자였던 스테파누스(Robert Stephanus)가 헬라어로 된 신약성경을 출판하면서 출판의 편의를 위해 처음으로 성경의 장과 절을 붙였다. 이후 칼빈이 서문을 쓰기도 한 최초의 영어성경인 ‘제네바성경’이 출판될 때(신약 1557년, 신·구약전서 1560년) 지금 성경의 장, 절이 완성됐다.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경 원본에 장과 절은 없었지만 줄을 바꿔 새로운 문단을 시작하는 ‘프툭하’라는 열린 문단(open paragraph)과 한 문장이 끝나고 같은 줄에서 몇 자를 띄어 새 문장을 시작하는 ‘쓰투마’라는 닫힌 문단(closed paragraph)으로 장과 절의 기능을 하게 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시편에 적용되지 않았다. 시편은 산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윗 왕의 이야기는 사무엘상·하와 열왕기상의 여러 장에 걸쳐 등장한다. 그러나 시편은 150편의 서로 다른 시를 묶어 놓은 것으로서 서로 연결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시편 몇 장 몇 절’이라는 말과 ‘시편 몇 편 몇 절’이라는 말이 혼용되고 있는데, ‘시편 ○편 ○절’이라고 해야 한다.
이상윤 목사 (영국 버밍엄대 신학박사)
[교회용어 바로 알기] 시편 ○장○절은 ‘시편 ○편○절’
입력 2019-02-28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