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가르치는 부모들 성경으로 집중 양육 ‘쉐마의 기본’ 다져

입력 2019-02-27 20:30
한 엄마와 아빠가 경기도 과천약수교회에서 성경을 읽은 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어린 자녀를 바라보고 있다. 과천약수교회 제공
부모교육 교재인 ‘좋은부모세우기’.
부모 교육 세미나

기독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좋지 않다. 사회의 아픔을 끌어안고 낮은 자리에서 섬겨야 할 기독교가 재정 문제, 권력 다툼 등 집안싸움에 빠져 있어서다. 일부 교회에서 불거진 문제가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확산돼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에 등을 돌리고 있다.

교회는 지역사회를 섬기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눠야 할 책무가 있다. 우리 교회도 다방면으로 지역사회를 섬긴다. 그중에서도 교회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인 쉐마교육의 정신을 나눈다. 지역을 바로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과천지역 부모교육 세미나’도 시작했다. 쉐마의 기쁨을 공유하는 것이다.

부모를 교육해 가정을 세우고 교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우선 과천약수교회 교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2015년 4월 11일이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교인과 교회학교 교사들의 반응이 좋았다. 지역의 부모를 대상으로 해도 유익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과천지역 부모교육 세미나는 같은 해 5월 16일 시작했다. 맞벌이 가정이 많은 걸 감안해 토요일에 세미나를 준비했다. 쉐마학당 연구원들이 집필한 교재 중 하나인 ‘좋은 부모 세우기’를 교과서로 채택했다. 수동적 강의는 아니었다. 쉐마교육이 뿌리인 만큼 강의와 소그룹 토의가 짝을 이루는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세미나에선 청소년 문제의 원인을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 단절에서 찾았다. 부모가 변해야 소통도 원활해진다는 쉐마교육의 핵심 가치를 나눴다.

부모교육이 결실을 맺었다는 건 그 필요성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다는 방증이었다. 쉐마교육의 방향성도 두 가지로 정리됐다. 첫째는 성경 중심의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교육이었다. 아무리 성경 중심 교육을 한다고 해도 부모가 훈련받지 않고 바로 서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었다.

교과서는 성경을 모델로 삼았다.(신 6:4~9) 하나님은 부모들에게 자녀를 가르치라고 명령하셨다. 이들은 그대로 실천했다. 우리나라 교회의 현실은 어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지만 정작 자녀를 교육하는 데는 소홀하지 않은가. 부모교육 세미나에서 강조한 건 “쉐마교육처럼 검증된 교육방법을 유대인만의 전유물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부모가 자녀를 직접 가르치는 건 매우 중요하다. 가정은 인격 형성이 이루어지는 최초의 공간이다. 인간은 누구나 가정이라는 만남의 장소를 통해 삶에 필요한 기초적 행동양식을 배우고 인격을 형성한다. 산업사회가 시작되면서 교육기관을 통한 교육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많이 약화됐다. 그러나 개인의 인격 형성이라는 차원에서 가정과 부모의 영향력은 예나 지금이나 상당하다.

유대인 부모는 자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수하고 자녀들이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도록 인도한다. 이를 위해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눈높이에 맞게 성경과 탈무드 교육을 시킨다.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 유능한 교사가 된다.

과천약수교회도 유능한 부모 양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 많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교사가 돼 효과적인 성경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 훈련받은 부모들은 주일에는 교회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도 한다. 교사가 부족해 교회학교 운영이 힘든 한국교회에 좋은 모델이 되는 셈이다.

부모가 먼저 훈련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이처럼 분명하다. 그럼 무엇부터 할 것인가. 교회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런 예화가 있다. 지혜로운 사람에게 지혜로워진 비결을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식용유보다 등유에 더 많은 돈을 썼기 때문입니다.” 등을 켜고 독서를 많이 했다는 의미의 은유적 표현이다.

실제 유대인들은 자녀들의 돌 무렵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유아의 두뇌는 유전적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후천적으로 경험하는 것들에 의해서도 성장한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생후 6개월 이상의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머리가 좋아진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부모가 읽어주는 성경은 자녀들이 풍부한 정서와 상상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부모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 쌓인다.

안타까운 건 청소년기에 들어선 자녀들이 부모와의 소통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친한 친구가 상담자요 인생의 교사가 되고 만다. 고민이 있을 때 부모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경험이 소통의 단절을 부른다. 신뢰가 없는 것도 문제다. 원활한 소통을 통한 관계 회복이 유일한 해법이다.

소통교육도 부모교육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자녀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도록 훈련시킨다. 훈련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실제 교회는 부모 교육 중 자녀의 말을 끊지 말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적절한 질문을 가미해 자녀들과의 대화를 이어가도록 안내한다. 소통이 회복되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은 반드시 원활해야 한다. 부모와의 관계가 틀어진 자녀들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매일 10대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까지 10대 사망 원인 1위가 교통사고였지만 2009년부터 자살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사회적 차원의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해법은 가정에서 찾아야 한다. ‘문제는 부모에게 있다’는 공감대를 갖는 게 부모교육의 출발점이다. “문제 자녀는 없다. 문제 부모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교육만 잘 시킨다고 자녀가 인재가 되는 게 아니다. 바람직한 부모는 자녀의 무한한 가능성이 사장되지 않고 성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미국 교육부가 ‘아동 성취도 발달에 관한 장기적 연구’를 한 일이 있다. 2만명이 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치원에서 5학년까지의 학업 성취도를 측정했다.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자녀의 학업 성취도가 결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수십억짜리 코디네이터만 연결해 준다고 자녀가 바로 자라는 게 아니다. 쉐마교육은 부모교육이 출발점이다. 부모가 삶에서 본이 되지 못하고 삶에서 신앙의 열매를 맺지 못하면 자녀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없다. 교회가 부모교육 세미나를 시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