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로튼 뉴호프침례교회에서 만난 러스티 코람(65·사진) 담임목사는 “이 지역은 미국에서 7살 미만의 어린이가 가장 많은 곳으로 맞벌이 가구 비율이 꽤 높다”면서 “2008년 교회 건물을 지을 때도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프리스쿨(어린이집) 공간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녀들이 안전한 장소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은 종교를 떠나 모든 부모의 소망”이라며 “다음세대를 돌보는 일이야말로 지역 주민들이 주님과 관계 맺도록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뉴호프침례교회 출석 성도의 30%는 어린이다. 최근 늘어나는 어린이를 수용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드리는 주일 3부 예배를 신설했다. 코람 목사는 “미국 가정의 평균 자녀 수는 1.6명 수준이며 남자는 29세, 여자는 27세로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출산율도 과거에 비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반면 교회 내 젊은이들은 결혼을 일찍 하고 아이를 많이 낳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회 내 젊은 부부들은 평균 3명의 자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람 목사는 “교회 전체 사역에서 직간접적으로 ‘아이들은 우리에게 짐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면서 “일례로 결혼식 때 6살 어린이 11명을 신부 들러리로 등장시켜 어린이들이 모두에게 행복이자 축복임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그는 저출산, 낙태 문제는 기독교 가치관과 세속 가치관이 충돌하는 이슈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시민권은 예수님의 왕국에 있지만 이 땅을 사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세속 문화와 충돌하게 돼 있다”면서 “이때 우리는 예수 왕국 시민의 원칙대로 살아야 한다. 이는 2000년 전부터 크리스천에게 끊임없이 제기돼온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크리스천은 낙태를 반대하며 불가피한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많은 크리스천이 입양을 하든 후견인이 되든 이를 실천하기 때문에 미국 대부분 주에 보육원이 없다”고 말했다.
교회는 지역 학교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 교회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학용품 공급, 겨울 외투 지원, 도시락 제공 등의 활동을 한다. 주 1회 중고생 25명, 성인 70여명의 중독자들을 불러 상담도 한다.
그는 “지난해 교회 주변 공립학교에서 자살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우울증세가 있는 학생을 안전하게 맡기고 상담할 수 있는 곳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공립학교에선 우리 교회를 파트너로 여기고 부모들에게 추천하곤 한다”고 소개했다.
코람 목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섬김의 대상은 어떻게 찾느냐’는 질문에 “지역 주민에게 직접 물어본다”면서 “주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이유는 생존이 아니라 이웃을 섬기고 돕는 데 있다”고 답했다. 그는 “교회가 추구하는 핵심 철학은 ‘교인이 아닌 다른 지역 주민들을 위해 존재하며, 지역사회의 문화적 모델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뉴호프침례교회의 다음세대 사역
지역 아동 위해 ‘사일로 프리스쿨’ 운영
초등생 돌봄 과정 ‘프리 애프터스쿨’ 도
미국 워싱턴DC에서 남서쪽으로 30㎞ 떨어진 버지니아주 로튼의 뉴호프침례교회. 교회 건물은 원형인데 가운데 홀을 중심으로 왼쪽은 예배당, 오른쪽은 한국의 어린이집과 유사한 ‘사일로 프리스쿨’이다. 건물배치부터 다음세대를 중시하는 교회임을 말해줬다.
지난 9일(현지시간) 교회에 들어서자 대형 놀이방에서 2명의 부모가 자유롭게 뛰어노는 2명의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브룩스(5)군의 아버지 마이크 스티브씨는 “교회가 운영하는 프리스쿨은 지역에서 평판이 좋고 커리큘럼도 탁월하다”면서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어 이곳에 오게 됐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리암(3)양의 어머니 케이튼 보일스씨는 “이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커리큘럼이 활동 중심이고 다른 시설에 비해 비용이 저렴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교회는 1992년 19명의 성인이 모여 개척했는데 지금은 1500여명이 출석한다. 교회는 16년간 공립학교를 빌려서 예배를 드리다가 2008년 건축을 했다. 이때 비즈니스 모델로 지역사회를 섬긴다는 차원에서 프리스쿨을 시작했다. 프리스쿨에선 14명의 교사가 2.5세부터 5세까지 아동 78명을 돌본다.
한국의 방과 후 교실과 비슷한 ‘프리 애프터스쿨’도 운영한다. 이곳에선 110명의 초등학생을 돌보는데 오전 6시30분에 문을 연다. 부모가 아침에 출근하며 아이를 맡기면 인근 5개 초등학교에 등교시켜준다. 하교 때 스쿨버스는 교회까지 와서 학생들을 내려준다. 부모들은 퇴근 후 돌봄 프로그램 혜택을 받는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여름방학 8주간은 중·고등학생 125명을 위한 여름 캠프도 개최한다.
자녀를 2년간 이곳에 보내며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다가 프리스쿨 디렉터까지 맡게 된 줄리 크리스틴씨는 “미국 내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페어팩스 카운티에 있는 일반 공교육 프리스쿨과 비교할 때 분명한 우위를 갖고 있다”면서 “기독교 배경을 지닌 교육 프로그램, 가정과 지역사회가 동참하는 분위기, 쾌적한 시설 면에서 앞선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례식을 할 때마다 이곳을 통해 연결된 부모들이 꼭 1명씩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교회는 프리스쿨 수익을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를 고용하는 데 사용한다. 프리스쿨이 차세대 리더십 훈련 및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셈이다.
로튼(미국)=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다음세대 품어주면 부모들도 자연히 주님 품으로”
입력 2019-02-28 00:13 수정 2019-02-28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