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개혁을 위해 야심 차게 출범한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간판을 내린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발표했던 재정개혁특위는 여기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한 최종보고서를 내면서 활동을 마감했다.
재정개혁특위의 목표는 ‘과세 정상화’와 ‘재원 확보’였다. 과세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증세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5년간 과감하게 ‘돈 풀기’(재정지출 확대)를 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실탄 확보를 지원사격하는 임무였다. 그러나 두 가지 목표 모두 이루지 못했다. 당장 올해부터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여건 악화가 우려되지만,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뒷받침할 중장기 재원 마련 로드맵이 실종됐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재정개혁특위는 26일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최종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재정특위는 대통령 공약 달성을 측면 지원하는 조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기간에 공약 추진을 위해 5년간 필요한 178조원 중 31조5000억원을 세법 개정 또는 비과세 정비로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세율을 올리는 증세 또는 세금 혜택 감면으로 연평균 6조3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였다. 조세 개편 방안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상속·증여세 인상, 자산가 자본이득 과세 강화 등이 거론됐다. 모두 ‘조세 저항’이 큰 민감한 내용이었다. 정부는 증세 방안을 재정개혁특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정특위는 10개월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발표했던 종부세 개편안 외에 구체적인 권고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최종 권고안에는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 정비, 부가가치세 인상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재정개혁특위는 포용국가 공고화를 위한 안정적 재원 확충에 대해 “과세기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발을 뺐다. 지난해 정부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개편도 “부담을 고려해 검토가 필요하다”고만 언급했다.
그나마 종부세 개편의 연장선 위에서 ‘고가 1주택 세 부담 강화’를 구체적으로 권고했다. 재정개혁특위는 고가 1주택의 장기보유 공제 한도를 80%로 유지하되, 연간 공제율(현행 8%)을 축소하거나 10년인 공제기간을 더 늘리라고 제시했다. 1가구 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에 거주기간을 추가하라고 제안했다.
조세심판원 전면 개혁도 요구했다. 조세심판원을 법원에 준하는 기구로 탈바꿈시키라고 했다. 심판부 구성과 운영에 사법절차를 준용하고, 심판관 합동회의를 예외적으로 운영하라고 권했다. 비상임심판관 제도를 폐지하고 상임심판관을 확대하되 조세 경력 공무원 외 법관 출신자(현직 포함) 등 전문가로 임용 대상을 확대하라고 했다.
반면 재정개혁특위는 증권거래세와 상속·증여세 개편에선 방향만 제시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양도세와 함께 조정하고, 주식양도세의 경우 2021년까지 기존 확대 계획을 유지하되 2022년부터 전면 확대를 위한 준비를 하라는 식이다. 손익통산과 이월공제 도입도 주문했다. 손익통산은 투자자가 가진 모든 주식의 이익과 손실을 더해 순이익에만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이월공제는 그해에 이익을 봤어도, 직전 해에 손실이 났다면 과세를 할 때 세액을 차감해주는 제도다.
상속세의 경우 상속재산 전체에 과세하는 ‘유산세’에서 각 상속인이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권고했다. 이밖에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도 점진적으로 조정하라고 요구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경유세를 올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차이를 줄이라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손대기 쉽지 않은 재정 개혁을 사회적 합의로 추진할 좋은 기회였는데, 재정개혁특위가 공약을 이행하는 척 ‘시늉’만 하는 기구로 전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재정특위, ‘공정과세’ 큰 그림은커녕 시늉만 내다 간판 내린다
입력 2019-02-27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