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내부자거래 첫 적발… 갈수록 수법 지능화·첨단화

입력 2019-02-27 04:02

1988년 증권관리위원회(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광덕물산의 김모 대표이사에게 “내부자 거래를 통해 얻은 매매차익을 광덕물산에 반환하라”고 조치했다. 김 대표는 검찰에도 넘겨졌다. 당시 김 대표는 광덕물산의 유·무상증자 정보를 이용해 2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호 불공정거래 적발 사례다. 증권 범죄의 개념이 흐릿했던 한국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심각성이 알려지며 조사체계가 구축된 계기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이 26일 불공정거래 조사업무 수행 30주년을 맞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30년사’를 발간했다. 88년은 금감원의 전신인 증권감독원에 조사전담부서가 신설되고, 조사업무수행 관련 규정이 만들어진 해다. 불공정거래 조사의 원년으로 간주된다.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는 점점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다. 수법도 첨단을 달린다. 2008년 상장폐지로 막을 내린 ‘UC아이콜스 주가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사채업자와 증권사 직원 등 온갖 작전세력이 동원돼 ‘주가조작의 완결판’이라고도 불린다.

1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LIG 기업어음(CP) 사기발행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SNS가 보편화된 뒤로는 채팅방을 이용해 미공개 정보를 나누다 금융 당국에 걸리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불공정거래는 지난해에만 151건 적발됐다. 2017년보다 12건 늘었다. 이 가운데 89건은 검찰로 이첩됐다. 금감원은 23건에 행정조치를 내렸다. 불공정거래 사건은 시세조종(주가조작), 미공개정보 이용(내부자 거래), 부정거래 등으로 분류된다. 지난해엔 미공개 정보 이용이 36건(23.8%)으로 가장 많았다. 부정거래(27건), 보고의무 위반(23건), 시세조종(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정치테마주나 허위 보도자료를 이용한 부정거래는 여전하다.

전업투자자인 A씨는 거래량이 많고 변동성이 큰 정치테마주를 사들인 뒤 10주 미만을 수백 번에 걸쳐 사고팔아 투자자들의 매매를 유인했다. 투자자들이 모이고 시세가 오르자 A씨는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해 부당이득을 챙겼다. 시세조종 전력이 있는 B씨 등 4명은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상장사 지분 및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어 이 회사가 해외 면세점사업 등에 진출한다는 허위·과장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주가를 띄우다가 덜미를 잡혔다.

금감원은 올해 무자본 M&A나 해외투자 등 허위 공시와 관련된 불공정거래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외국인투자자의 시장규율 위반행위, 공매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금감원은 “차입공매도 급증 종목에 대한 상시감시를 강화하고,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발견되면 기획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