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회를 놓치면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에 또다시 20년을 있어야 합니다.”
이동걸(사진)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건 모두의 불행”이라며 “과거에 얽매일 때가 아니라 미래를 지향할 때”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에 반대해 투쟁 중인 노동조합, 고용·경영 불안을 우려하는 경남 지역과 협력업체 등을 향해 던진 말이다. 그는 “세상은 4차 산업으로 가는데 우리만 석기시대에 살 수는 없다”며 “투쟁과 파업으로 일자리가 늘고 기업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결과는 반대”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은 좋아질 일만 남았고 글로벌 조선업의 침체가 끝났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간의 변동 요인만 있으면 적자로 돌아설 수 있고, 조선 수주 상황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민영화 시점을 미뤄야 한다는 노조와 지역사회 등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조금 나아진 조선업 수주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도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실기(失期)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논리다. 그는 “2015~2016년 구조조정 때를 놓쳐 조선업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해당사자가 잘 협의해 다음에 닥칠 어려움을 슬기롭게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에 얽매일 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미래형 스마트십, 정보통신기술(ICT)에 투자할 때”라고도 했다. 해외의 제조기업들은 엄청난 혁신을 진행 중이며, 굴착기와 제트기 속에도 적시 정비를 가능케 하는 센서가 달리는 세상인데 우리 조선은 그런 고민을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 회장은 기업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지역의 단체, 협력업체,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필요하면 다 만나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조도 기업 정상화의 중요한 당사자”라며 강경투쟁 방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내 차를 막아선다고 다 해결되겠느냐. (산업은행 본사) 어린이집에 달걀을 던져 문제가 해결되면 100번이라도 던지라”고 했다.
다음 달이면 임기의 절반을 채우는 이 회장은 “대우조선의 합병이 잘못되면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했다.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불승인은 여전한 리스크지만, 승인 확률이 절반보다 크다고 자평했다.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현대상선의 유창근 사장, 대우조선의 정성립 사장에 대해서는 “그분들 역할은 끝났고 새 시대의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인 분을 뽑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과 정 사장은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이동걸 회장 “지금 매각 안되면 대우조선은 産銀에 20년 더 있어야”
입력 2019-02-26 19:55 수정 2019-02-26 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