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 생각일 뿐, 판단은 정부가”… 권고안 대부분 퇴짜 맞고 들러리 전락

입력 2019-02-26 19:37 수정 2019-02-27 00:15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6일로 10개월 만에 공식 활동을 마쳤다. 재정개혁특위는 출범 당시에만 해도 조세·예산분야 전반을 개혁할 자문기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도출해 내지 못하고 추상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그치면서 ‘용두사미’로 끝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개혁특위는 지난해 4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설치됐다. 강병규 위원장(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사진)을 포함해 모두 30명(현재 28명)의 예산·조세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재정개혁특위는 출범 직후부터 종합부동산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파급력이 큰 사안을 다루며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7월 종부세율을 0.05~0.5% 포인트 올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을 반영하는 비율)을 연 5% 포인트 단계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재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춰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여기에 포함됐다.

그러나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 대부분은 정부안에 채택되지 않았다.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이 나온 지 3일 만에 기획재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종부세 인상안은 더 강력한 정부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이때부터 재정개혁특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기 시작했다. 기재부 내에서는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은 그쪽 생각일 뿐이며 최종 판단은 정부가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 청와대 역시 재정개혁특위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특위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다. 누구도 그 기구에 과세권을 부여한 적이 없다”며 기재부 손을 들어줬었다. 재정개혁특위는 논의를 주도하지 못하고 기재부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부속기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활동 종료를 앞두고 개최하려 했던 공청회도 뚜렷한 이유 없이 열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구성의 한계’를 지적한다. 당연직 위원인 기재부 이승철 재정관리관, 김병규 세제실장을 제외하면 위원 대부분은 학계나 국책연구기관에 몸을 담고 있는 교수, 연구위원이다. 전문성은 높지만 권고안이 채택되도록 끌고 나가는 힘은 애초부터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