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라는 건 다들 알아요. 그런데 이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2007년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움직임도 금세 사그라든 것처럼 만세운동도 잊힐까 두렵습니다.”
부산 충렬중학교 역사교사인 김학천(37) 조선선교연구소 대표는 3·1운동 100주년이 1회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을까 걱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을 포함한 대중이 이 운동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당시 민초들의 삶과 생각을 제대로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를 26일 이메일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 대표는 2007년부터 13년째 선교사들과 목회자, 성도들에게 기독교 역사 유적지를 소개하고 있다. 출발은 대학 시절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시작한 강의였다. 김 대표는 “강의를 들었던 분께서 ‘대구에도 기억할 만한 기독교 유적지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막상 떠오르는 곳이 없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알고 보니 한국교회가 잊고 있었던 유무형의 흔적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중학생들이나 교회 성도들과 함께 역사유적지를 탐방한다. 때로 해외 선교사들과 함께 탐방할 때는 더 각별하다. 잠시 한국을 방문한 선교사들이 기독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며 선교 열정을 되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 필리핀 선교사는 유적지를 돌아보며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면서 “‘선교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다시 새겼다’며 의지를 다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김 대표에게 이번 주말 혼자, 혹은 가족끼리 갈 수 있는 전국의 기독교 3·1운동 유적지를 물었다. 그는 부산에서 3·1운동이 시작된 부산진일신여학교와 초량교회에서 오간 독립운동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대구에는 1919년 당시 계성학교와 신명여학교 학생들이 이동한 길을 소개했다. 광주에는 숭일학교와 수피아여학교가 있던 양림동 일대, 전주에는 신흥고와 기전여고가 있는 서원로, 군산은 구암교회 등을 추천했다.
3·1절 이후에는 이 운동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김 대표는 희생과 섬김의 정신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그는 “3·1운동은 기독교인들이 포함된 33명 민족대표부터 이름 모를 민중들까지 하나가 됐던 공동체 정신에서 시작돼 불의에 저항한 일대 사건”이라면서 “한국교회가 단순히 ‘빅 이벤트’를 치러내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운동의 정신을 어떻게 삶과 예배의 현장에서 되살릴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기독교 유적지 찾으면 선교 열정 되살아나 이벤트보다 정신 어떻게 살릴지 고민해야”
입력 2019-02-27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