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육부가 중·고등학생 1학년을 대상으로 ‘학생정서 행동특성검사’를 실시한 결과 ‘자해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중학생 4만500여명, 고등학생 3만여명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각각 9.7%, 6.4%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준은 이보다 많다. 경기도 모 중학교의 신해나 상담교사는 25일 “자해로 상담하는 학생 중 ‘나만 (자해)하는 게 아니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상담교사끼린 (실제 자해학생 수가) 학교에서 발견되는 건수의 배 정도 될 걸로 얘기한다”고 했다.
자해는 학생 혼자 있을 때 많이 하고 친구들과 모여서 하는 경우도 간간이 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하다가 교사에게 발각돼 상담교사에게 인계된 아이도 있다.
자해 원인은 다양하다. 부모의 억압이나 학업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저지른다고 한다.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학생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을 때도 이유가 된다. 그렇다고 이 학생이 결코 이상하거나 특이한 아이는 아니라고 신 교사는 강조한다. 그는 “이 사회에서 아이들이 겪는 힘듦에 비하면 당연한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며 “어른들이 자해학생을 오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해는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초등학교 때 자해를 시작해 중·고교 때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상담치료가 필요하지만 부모가 동의하지 않아 치료를 못 받는 아이도 있다. 자녀가 자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서다.
교육현장에선 자해학생을 다룰 매뉴얼이 없다. 자해가 통상적으로 자살 위험을 높이긴 하지만 아동·청소년의 자해는 오히려 자살 의도가 없는 아이의 ‘살고자 하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런데도 자해학생을 단순히 ‘자살 고위험군’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신 교사는 “어른들이 자해학생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어렵고 힘드니까 이 아이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특정 카테고리로 분류하려 하는데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이것”이라고 했다. 실제 상담하는 아이들이 언론에서 말하는 자해학생을 보고 “나는 저런 이유로 자해한 게 아닌데 왜 나를 저렇게 정의하는지 너무 싫다”고 말한다고 한다. ‘예전엔 자해학생이 불량하다는 이미지였는데 최근엔 모범적인 여학생이 많이 한다’는 세간의 규정도 신 교사는 거부했다.
신 교사는 “아이들의 각각 처한 상황과 심기가 모두 다르다”며 “자해학생들을 정형화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국립나주병원은 26일 ‘2019 아동·청소년 자해의 이해와 개입’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발표자로 나선 상담교사가 실제 학교현장에서 자해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전달할 예정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아동·청소년 자해는 ‘살고자 하는 신호’
입력 2019-02-2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