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대규모 궐기대회가 학부모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한유총 소속 유치원에 내 아이를 보내지 못하겠다”는 보이콧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국가관리 회계 시스템 ‘에듀파인’ 수용 의지를 밝힌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와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를 대화 파트너로 삼으며 한유총이 고립되는 모양새다.
한유총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아교육 사망선고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유아교육 사망’을 상징하는 검은색 옷을 입은 한유총 관계자 3만여명(경찰 추산 1만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은 “교육부의 관료주의와 유아기 때 교육으로 사회주의형 인간을 양성코자 하는 좌파들의 교육사회주의가 야합해 오늘의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사립유치원 사태를 좌파들의 음모라며 색깔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스스로에게 사망선고를 하고자 한다”며 집단 휴·폐업 의사를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교육부는 당초 한유총 내 노선 갈등으로 투쟁 동력이 떨어져 집회 참가 인원이 수천명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유총은 그러나 원장과 교사는 물론 운전기사까지 관련 종사자들을 대거 동원해 세를 과시했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러분을 추운 겨울날 길거리로 내모는 게 정상이냐”고 하자 일부 참가자들은 “미친 짓이다” “기가 막힌다”고 소리쳤다. “에듀파인의 문제점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는 정태옥 한국당 의원 발언에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집회에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서석구 변호사 등도 참석했다.
집회를 향한 학부모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학부모 정모(36)씨는 “한유총 소속 유치원들은 현수막을 잔뜩 내걸어서 학부모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해졌다”며 “현수막 내건 유치원만 걸러서 안 보내면 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모(30)씨는 “에듀파인도 좋지만 이건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언제부턴가 유치원 3법 이야기는 온 데 간 데 없다. 말로만 ‘강경 대응’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유총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사립유치원들의 한유총 이탈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사협에 따르면 설립 후 최근까지 유치원 800여곳이 가입비를 냈다고 한다. 한사협 관계자는 “한유총을 탈퇴하면 ‘배신자’라고 맹비난하니까 한유총에 일단 적을 두면서 이쪽에 가입비를 내는 원장도 많다”고 했다.
정부는 한유총과 한사협에 대한 냉온 전략에 나섰다. 교육부는 이날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일부 개정한다고 공포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다음 달 1일부터는 현원 200명 이상 유치원 581곳(지난해 10월 기준)에서 에듀파인이 의무화된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유치원은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에듀파인 도입 거부는 국민 의사에 반하는 행위”라며 “강력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유총 내 ‘온건파’가 설립한 한사협은 26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면담을 갖고 에듀파인과 온라인 유치원 지원 시스템 ‘처음학교로’ 도입을 전제로 한 교사 처우개선비 지급을 논의키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과 한사협이 정책 파트너로서 만나는 데 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재연 김승현 최지웅 기자 jaylee@kmib.co.kr
▶
▶
▶
▶
▶
적반하장 한유총에 학부모들 뿔났다
입력 2019-02-2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