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종전선언→ 항구적 다자 평화협정’ 로드맵 윤곽

입력 2019-02-26 04:02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주도적으로 요구했던 종전선언 문제가 ‘북·미 양자 종전선언 후 다자 평화협정’ 로드맵으로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당사국 중 유일한 적대 관계인 북·미 양자 종전선언을 먼저 도출한 뒤 항구적 다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수순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평화협정 체결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추진했다. 이후 중국이 북·중 밀월을 바탕으로 역할을 강화하면서 4자 종전선언 방안이 대두됐다. 하지만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자 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종전선언 논의도 흐지부지됐다. 이때 청와대가 꺼낸 방안이 4자 간 교차 종전선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평양을 방문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4·27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별도로 체결했다. 양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이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남북 간 사실상의 종전선언 및 불가침선언이 맺어졌다는 게 청와대의 해석이다. 1953년 정전협정 역시 당사국 사령관이 체결했던 만큼 동급의 협정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이로써 전쟁 당사국 가운데 북·미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적대 관계를 청산하게 됐다. 따라서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자 간 종전선언이 도출되면 사실상 다자 종전선언과 다름없는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다음 수순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다. 북·미 양측이 2차 정상회담 합의를 바탕으로 비핵화 및 양자 관계 정상화 로드맵을 성실히 이행한다면 한반도 신냉전체제의 출구로서 4자 평화협정을 추진한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북·미가 종전선언을 한다면 그것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경험 4개국의 종전선언이 완성되게 된다”며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4개국이 평화협정을 맺는 게 필요하다. 종전선언은 그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입구”라고 설명했다.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상당히 복잡하고 구조적인 조항을 담아야 한다”며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지는 만큼 지금 논의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좀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한·중이 적극 지원하는 만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가 북·미 종전선언을 공식 언급한 것은 베트남 하노이 실무협상에서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그동안 북·미 사이 현안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던 점을 감안하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하노이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종전선언이 포함되는 것이 확실시되면서 청와대가 먼저 입장을 밝힌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1차 북·미 정상회담 때 무리하게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추진하다 무산됐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신속하게 양자 종전선언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해석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