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매체들 일제히 ‘김정은 띄우기’… ‘애국헌신 대장정’ 부각

입력 2019-02-25 18:4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평양역에서 전용열차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4일 이 사진과 함께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베트남 하노이로 떠났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26일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은 27~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두 번째 비핵화 담판을 벌인다. 신화뉴시스

북한 매체들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베트남 방문길에 오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애국헌신 대장정에 나섰다”고 보도하며 대대적인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발행한 6개면 가운데 1, 2, 3, 5면을 김 위원장의 베트남행 관련 기사와 기고문으로 채웠다. 박태성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청사에 길이 빛날 애국헌신의 대장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조국의 부강 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한 최고영도자의 애국애민 대장정은 올해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역사적인 사변으로 조국 청사에 길이 빛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사설도 “조국 번영을 위한 초강도 강행군에서 겹쌓인 피로를 풀 사이도 없이 머나먼 외국 방문의 길을 떠났다”며 “이 소식을 온 나라와 전체 인민이 무한한 흥분과 감격 속에 받아 안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김 위원장의 행보에 맞춰 경제분야 성과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고인호 내각 부총리 겸 농업상과 문명학 석탄공업상, 장철 국가과학원장이 각각 기고문을 내고 분야별로 생산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이 엿새 이상 북한을 비우게 되므로 주민 결속을 다지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일반 주민 가운데는 김 위원장이 직접 해외로 가는 것을 신변 안전의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가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북한 매체들의 이 같은 보도는 김 위원장 행보의 의미를 부각시킴으로써 체제 안정을 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매체들은 미국이 상호존중의 원칙에 입각해 협상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불변한 입장”이라며 “서로의 고질적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상호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임한다면 반드시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닿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닿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노동신문은 논평에서 미 해군 7함대 지휘함인 블루리지함의 지난 15일 부산 해군작전기지 입항을 거론하며 “모처럼 마련된 조선반도의 평화국면이 군사적 적대행위에 의해 물거품이 됐던 과거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