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사들은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손실 폭이 커졌고, 생명보험사는 저축성보험료 급감으로 보험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금융권에서는 자본규제 강화, 시장 포화 등의 영향으로 보험산업 앞길이 순탄치 않다는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도 보험사들은 배당을 그대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주가방어인지 자신감 표출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이 7조274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00억원(7.4%) 감소했다고 25일 밝혔다. 특히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3조2373억원)은 2017년보다 17.8%나 줄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전년 대비 1219억원(3.1%) 늘었지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처분이익을 제외하면 사실상 순익이 감소했다.
손해보험업계 실적 악화에는 자동차보험 영향이 컸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MG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5.7%에 이르렀다.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도 각각 88.7%, 89.7%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보험사의 손해율이 85.0%를 넘겼다.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78~80%)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았다. 생명보험사들이 자본규제 강화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면서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5조2422억원이나 급감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데다 가계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보험 해지를 고민하는 가입자가 늘었다. 금감원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등 자본규제 강화로 저축성보험 축소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는 배당 성향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2021년까지 배당 성향을 5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배당성향도 모두 20%대로 2017년 한국 상장사의 배당성향(17.53%) 수준을 넘어섰다. 당기순이익으로 100억원을 거둬들였다면 이 가운데 20억원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한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화재의 배당정책에 대해 “IFRS17 및 K-ICS 도입에 대한 자신감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주주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주가도 방어할 수 있는 조치로 봤다. 반면 실적에 비해 배당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최대한 이익잉여금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역시 “이익 내부유보 확대와 수익성 중심의 보험영업 체질개선 등 재무건전성 제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실적 추락했는데… 배당 늘리겠다는 보험사들
입력 2019-02-2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