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보 해체’충돌… 당청 “오랜 논의 끝 결정” VS 한국당 “문명 파괴 행위”

입력 2019-02-26 04:02

환경부가 이명박정부 시절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개 중 3개를 해체 또는 부분해체하기로 발표하면서 여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보 철거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찬반 공방이 이념적·정치적 문제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여당은 보 철거가 환경적 영향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이명박정부 때부터 4대강 사업의 문제점, 그로 인한 여러 가지 환경 파괴 등에 대해서 오랫동안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이번 결정은 심도 있는 토의를 통해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4대강 사업은 이미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 온갖 불법과 편법이 동원된 31조원짜리 사상 최악의 혈세 범죄임이 드러났다”며 “지난해 6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본격적으로 10개 보의 수문을 개방하고, 그 결과 놀랍도록 수질이 개선되고 강의 자연성을 회복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고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탈(脫)원전 정책에 이은 문명 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수천억원짜리 국가시설물을 7년도 안 돼 수백억원을 들여, 그것도 전문가와 주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해체한다고 하니 말이 안 된다”며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최근 정부의 탈원전, 보 해체 결정을 보면 오기라는 말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이념과 과거 정부를 상대로 한 오기를 넘어 이제는 국민에게 오기를 부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보가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환경부의 최근 조사 결과에 대해 “기준을 바꾸고 채집 증거 수도 바꾸고, 사실상 입맛대로 결론을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당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과 송아영 세종시당 위원장 대행은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정문 앞에서 공주보·세종보 해체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공주시는 읍·면·동 단체 조직까지 30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공주보 철거반대 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

환경부는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이날도 해명자료를 내고 “장기적인 비용·편익 분석 결과에 따라 금강·영산강의 보를 유지하는 것보다 해체하는 것이 경제성이 높을 경우 보 해체를 제안했다”며 “보 해체는 사전에 물이용 대책을 충실하게 추진한 이후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4일에도 “(해체 혹은 부분 해체 대상인) 세종보, 공주보, 죽산보의 경우 보를 유지하면 168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므로 해체하는 게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 22일 세종보와 죽산보를 해체하고 공주보는 상부에 설치된 교량인 공도교만 남기고 철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고 추가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천억원을 들인 보를 허무는 것이 타당하지 않고, 4대강 사업에 따른 수질 변화를 관측한 기간도 짧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지역 주민도 농업용수 등 물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4대강 기획위는 한강과 낙동강 등 11개 보에 대한 처리 방안도 올해 안에 제시할 계획이어서 갈등이 더욱 증폭될 공산이 크다.

임성수 지호일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