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특정 민족 아닌 인류 전체의 것”

입력 2019-02-26 00:01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25일 개막한 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위르겐 몰트만 독일 튀빙겐대 명예교수(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 이홍정 NCCK 총무(열한번째)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위임목사(둘째 줄 왼쪽에서 일곱번째)와 박종화 평화통일연대 이사장(열번째) 등이 함께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독일 튀빙겐대 명예교수는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3·1운동의 의미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반도 미래 구상’ 콘퍼런스에서 교회일치(에큐메니컬)를 강조했다. 교회가 특정 민족만의 것이 아닌 인류 전체의 것임을 인식할 때 3·1운동이 추구한 평화를 한반도 통일 구상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몰트만 교수는 독일 교회를 예로 들었다. 1945년 독일 교회는 ‘독일 개신교 교회’에서 ‘독일 안의 개신교 교회’로 이름을 변경한다. 어느 나라만의 교회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은 것이다. 이어 서독 정부는 동독 정부를 자주적 국가로 인정한다. 몰트만 교수는 “동독이 외부로부터 위기를 느끼지 못하면서 내적인 단결성이 무너졌다”며 “나만의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상대를 자주적 국가로 인정했을 때 통일은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3·1운동을 소비에트-제국주의에 맞선 동유럽 교회들의 노력에 빗댔다. 몰트만 교수는 “3·1운동은 민중이 하나 돼 자유와 연대를 위해 희생한 저항운동”이라며 “일본 제국주의의 폭력적 대응으로 7500여명의 사망자와 4만5000여명의 구속자를 남겼으나 한 민족의 문화적 승리로서 깊이 각인됐다”고 말했다.

윤경로 한성대 명예교수는 기독교계의 철저한 자기 통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당시 2%도 안 되던 기독교인이 우리 민족의 문제에 그토록 앞장섰는데 오늘날 한국교회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하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남수 천도교령은 “1919년 천도교는 많은 돈과 300만 성도가 있었으나 혼자서 3·1운동을 하지 않았다”며 “이는 천도교도들만이 수행했던 동학혁명의 실패에서 배운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화 평화통일연대 이사장은 “안중근 의사는 1910년 여순고등법원장과의 면담에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천주교인을 지휘하는 교황의 동양평화 동참을 제안했다”며 “이를 오늘날 적용한다면 동북아 기독교 기구를 묶어 ‘동북아 기독교평화협의체’(가칭)를 구성해 자유권 식량권 생명권 등 포괄적인 인권 신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제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 총간사는 “일본의 평화헌법 9조 개정을 저지하는 것이 3·1운동의 비폭력 평화 정신을 일본에서 잇는 방법”이라며 “한반도 긴장의 불필요한 공포심을 일본에서 없애는 것 또한 헤이트 스피치와 같은 인종 차별을 끝내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퍼런스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원장 김호성)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사장 윤길수) 평화통일연대(이사장 박종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등이 공동 주최했다.

김동우 임보혁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