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뺑소니 여파로 2년을 쉬었다. 그런데 첫 시범경기에서 연타석포를 폭발시키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것도 메이저리그에서다. 온갖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재능은 여전하다. 가히 ‘악마의 재능’이라고 불릴만하다. 바로 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이야기다.
강정호가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의 레콤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시범경기에 3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렸다. 2회 첫 타석에선 우완 트레버 리처즈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월 솔로포를 쳤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지난해까지 KIA 타이거즈에서 뛴 헥터 노에시의 시속 135㎞짜리 슬라이더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6회 교체된 강정호는 이날 2타수 2안타 2타점이라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강정호는 2016년 말 입국해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질렀다. 이에 미국 대사관에서 취업비자를 발급 받지 못해 2017년과 지난해를 거의 통째로 쉬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전 음주 운전 사실까지 드러나 온갖 비난에 시달렸다. 지난해 극적으로 취업비자를 받았지만 부상까지 겹쳐 시즌 막판에야 빅리그에 복귀했다.
이에 기량저하와 실전감각이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시범경기에서 이를 비웃듯 맹타를 터트린 것이다. 옆에서 경기를 지켜본 동료 프란시스코 서벨리는 강정호에게 “8년 동안 쉬고 와도 홈런을 치겠다”고 했다. 강정호의 재능을 알아보고 2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 준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강정호는 정말 미쳤다(Crazy). 그는 미칠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또 “3루 수비에서도 엄청난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강정호는 주전 3루수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서 나갔다. 경쟁자인 콜린 모란은 전날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송구 실책도 한 개를 범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강정호가 주전 3루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증명해야할 부분이 많았다. 강정호가 강한 첫 인상을 남기기를 원했다면 이보다 더 잘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강정호는 이제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사죄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정호는 “앞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더는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겠다. 팀 승리에 공헌하겠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절친 류현진(LA 다저스)도 이날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류현진은 잦은 부상으로 2014년 이후 5년 만에 시범경기에 등판했다. 그만큼 올 시즌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을 잘하고 있다는 의미다. 류현진은 강정호에 대해선 “오래간만에 복귀했는데 정말 대단하다. 한국 선수들끼리 (빅리그에서) 맞대결을 하면 뜻 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저스와 피츠버그는 4월 27일부터 3연전을 치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2년간 참았다… 강정호, 쾅! 쾅! 속풀이
입력 2019-02-25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