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25)] 나핵집 한국교회 남북교류협력단 공동의장

입력 2019-02-26 00:01
나핵집 한국교회 남북교류협력단 공동의장이 지난 22일 서울 노원구 열림교회에서 한반도 지도 위에 수놓인 십자가 모양 통일 기도문 메모들을 설명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북한의 핵무기는 신앙 안에서 용납될 수 없으며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절대 과제이다.’ 수십 년간 평화통일운동을 해온 나핵집(66) 한국교회 남북교류협력단 공동의장은 이 같은 공감대가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확보돼 있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를 놓고 남남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 22일 찾아간 서울 노원구 열림교회 예배당 입구엔 한반도 지도에 십자가 모양의 쪽지들이 가득 붙어있었다. “판문점 선언이 속히 이루어져 평화와 통일, 번영의 시작점이 되게 하소서.” 열림교회에서 시무하는 나 의장은 “매년 8월 15일 직전 주일에 성도들이 십자가 메모지에 한반도 통일 기도문을 써서 성찬을 받기 전 지도에 붙이고 1년간 묵상한다”고 설명했다. 나 의장은 “통일운동은 결국 기도운동이고 신앙운동”이라고 강조했다.

“핵을 갖고 인류 평화를 논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무기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건 성서의 기본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세계교회협의회(WCC) 역시 한반도 비핵화, 나아가 세계의 비핵화를 외칩니다. WCC에 입주한 비정부기구(NGO)로 핵무기 폐기를 위해 각국 정상에 편지를 보내온 아이칸(ICAN)이 201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물론 북한의 핵 포기가 실제 이뤄지기까지는 지난한 외교 협상이 예상된다. 협상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북은 체제 보장과 경제 숨통 틔우기의 대가로 핵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이고 우리 정부가 이를 도울 순 있다. 하지만 체제 보장과 경제제재 해제의 열쇠는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이 쥐고 있다. 크리스천이 인내심을 갖고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이유다.

나 의장은 오히려 남남갈등이 더 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방정국에서 토지개혁을 할 때부터 삶의 터전과 기득권을 잃은 분들이 한국전쟁이란 내전을 통해 더 깊은 상처와 피해를 입었다”면서 “문제는 북한에도 남한에 의해 똑같이 아픔을 당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북한을 알아가는 ‘지북(知北)’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남북교류협력단은 지난해 8월 출범했다. 그동안 대북지원사업이 교단별, 교회별로 각각 진행돼 혼선이 있었다는 점을 반성하며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교회 및 단체들에 대북 NGO까지 함께 원탁에 모여 논의하자는 취지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 등이 의장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협력단은 다음 달 5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세계구호기구들과 함께하는 국제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4월 27일 인천 강화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DMZ 500㎞ 전역에서 ‘DMZ 민(民)+평화 손잡기’ 운동을 전개한다. 나 의장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만큼은 교계 안의 진보와 보수가 어우러져 함께 손잡고 평화통일 의지를 세계에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